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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정상들에게서 듣는다 ⑧ <끝>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e-메일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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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최근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2006년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이후 교역 규모가 매년 15%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또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의 성공을 위해서는 내년도 APEC 의장국인 한국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총리실 제공]

“싱가포르는 한국 기업들이 동남아를 비롯한 아태 지역에 진출하는 데 디딤돌이 될 수 있는 나라다. 한국 기업들의 싱가포르 유치를 위해 산업단지 조성 등 기반시설을 완비했다.”

리셴룽(李顯龍·57)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달 30일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히며 양국 간 FTA의 성과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했다.

싱가포르는 2006년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했다. 그는 “양국의 FTA는 상품· 용역·투자 등을 포함한 포괄적 합의였다”며 “2007년에는 교역 규모가 전년에 비해 15% 정도 늘었고, 지난해엔 21%가량 증가해 430억 싱가포르달러(약 38조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해선 “아시아의 평화를 크게 위협하고 국제적인 핵무기 확산 방지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며 “북한은 도발 행동을 그만두고 6자회담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싱가포르는 모든 국가가 핵무기 제재에 동참하고 서로의 주권을 존중하길 원한다”고 전했다.

그는 1~2일 제주도에서 열리고 있는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 중이다. 싱가포르를 세계 최고 수준의 금융·물류 허브로 발전시킨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의 아들로,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 등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2004년 총리가 됐으며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외국 자본 유치에 매우 열성적이다.

-총리는 지난해 싱가포르 삼성전자 공장의 준공식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싱가포르에서 한국 기업의 활동은.

“삼성전자는 독일 반도체 업체인 실트로닉사와 공동으로 설립한 삼성·실트로닉의 첫 공장을 싱가포르에 세웠다. 선우라는 기업은 애니메이션 사무실을 싱가포르에 차렸다. 싱가포르는 한국 기업의 세계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동시에 한국 기업들은 우리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싱가포르를 더욱 활기찬 국가로 만들고 있다.”

-지난해 중앙일보는 싱가포르의 성공적인 교육 제도에 대해 소개했다. 싱가포르 교육 제도의 장점은.

“우리는 교육에서 기본을 강조한다. 문학(영어와 모국어)과 수학을 비롯해 과학과 기술에 중점을 둔다. 우리는 유능한 인재들을 교사로 채용하고 최고의 교육 시설을 갖추려 노력하고 있다. 영재 교육과 능력별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선의의 경쟁 속에서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11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데.

“싱가포르는 APEC 본부가 있는 곳이다. 올해는 APEC 출범 20주년이 되는 해다. 금융과 무역의 중심지로서 싱가포르는 회원국들이 APEC 회의에서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를 위해 2010년 APEC 의장국인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기를 원한다. 우리는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고 다자간 무역 협상을 지지할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싱가포르에 끼친 영향은.

“싱가포르의 경제 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올 1분기에는 10%가량 줄었다. 무역이 국내총생산(GDP)의 3.5배에 달하는 개방된 경제 구조로 인해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은.

“싱가포르는 올 1월 205억 싱가포르달러(약 18조원) 규모의 구제금융 계획을 내놓았다. 예를 들어 ‘직장신용계획(JC)’은 기업이 종업원들의 임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다. 또 근로자들에게 신기술을 교육하는 프로그램(SPUR)과 금융회사들이 기업들에 더 많은 자금을 대출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금융 제도(SRI)를 시행하고 있다.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고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기업과 근로자들의 충격을 완화하는 대책을 많이 만들었다.”

-세계적으로 지구 온난화가 큰 이슈인데.

“싱가포르는 면적이 704㎢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섬 나라다. 우리는 경제발전과 동시에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예를 들면 운행하는 차량 수를 조절하고 있으며 녹지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 공해를 줄이기 위해 석유보다 천연가스를 원료로 한 발전에 주력하고 있다. 향후 30년을 내다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지속 가능한 개발지도’라는 계획도 최근 발표했다”

-영국과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했는데.

“영국에서 3년, 미국에서 2년간 공부했다. 유학 경험을 통해 각국의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배울 수 있었고 다양한 친구들을 만났다. 각국의 정치 지도자·기업인과 만나 대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김민상 기자

리셴룽 총리

1952년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의 장남으로 출생

1974년 영국 케임브리지 트리니티대 수학과 졸업

1980년 하버드 케네디스쿨 행정학 석사 졸업

1984년 공군 준장으로 예편, 국민행동당에 입당

1990년 싱가포르 경제담당 부총리

1998년 싱가포르 통화국 총재

2001년 싱가포르 재무장관 겸 부총리

2004년 싱가포르 국무총리 취임

싱가포르는 말레이반도 남쪽 끝에 위치한 63개 섬으로 이뤄진 도시국가. 총면적이 704㎢에 불과하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작은 나라지만, 세계적인 중계무역 국가다. 인구는 466만 명(2008년)으로 대부분이 중국계 화교다. 공용어는 영어·말레이어·중국어·타밀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만1739달러(약 6621만원·2008년)로 세계 4위였다. 또 런던·뉴욕·도쿄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외환시장을 갖고 있다. 19세기 영국 동인도 회사가 이 지역을 국제무역항으로 개발하면서 크게 성장했다. 1959년 영국의 자치주가 됐으며 62년에는 말레이시아에 합병됐다가 65년 독립했다. 리콴유 전 총리가 독립 이후 사회주의식 자본주의로 싱가포르의 경제 성장을 일궈냈다. 우리나라와는 75년 수교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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