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형차 강한 현대·기아차, GM 빈자리 차지할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미 GM이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은 한국 자동차 업계에는 호재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몰락한 GM과 크라이슬러가 미국에서 내놓은 시장(연간 50만∼80만 대)은 소형차가 강한 국내 업체에 기회라는 설명이다.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현재 GM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9.1%, 크라이슬러는 10.7%로 합계 29.8%다. 하지만 2012년에는 합쳐서 20~25%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두 회사 모두 인력·시설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 규모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서성문 연구위원은 “GM과 크라이슬러의 빈자리를 한국과 일본, 독일 폴크스바겐 등이 차지할 것”이라며 “이 중에서도 원화가치 약세 덕을 보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성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대적으로 환율 경쟁력까지 겹친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부터 높아지고 있다. 최근 2년간 5% 전후였던 점유율이 올해 4월 7.4%까지 올랐다. 르노삼성도 GM 재편 과정에서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있다. GM이 매각하기로 한 새턴 브랜드를 르노·닛산이 사들일 경우 미국 판매망이 따라 들어오게 된다.

경쟁 업체인 일본 업체 중 도요타는 최근 수년간 급속한 팽창 전략의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혼다도 엔화 강세 여파로 주춤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2010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테네시주에 소형차 공장을 짓고 있지만 아직 미국 시장 점유율이 낮은 편이다.

국내 부품 업체는 완성차 업체보다 더 큰 기회라는 시각이 많다. 지난주 미국 2위의 부품 업체인 비스티온과 또 다른 대형 부품 업체 메탈다인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부품 산업은 차종별로 적합한 제품을 설계할 수 있는 기술력과 대량 생산을 통해 싸게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한국 업체들은 이런 경쟁력이 크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강철구 이사는 “한국은 일본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고 중국 업체에 비해선 품질과 기술 수준이 앞서 있어 미국 부품업체들의 공백을 메워 매출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업체에 유리한 상황만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GM과 크라이슬러가 내놓은 시장을 노리는 것은 한국 업체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톨릭대 김기찬(경영학) 교수는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피아트는 중·소형차 분야에서 현대차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론 미국 업체들이 중국을 소형차 생산기지로 육성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은 중국과도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유럽 업체에 비해 뒤진 친환경차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이브리드·전기차 등 친환경차 분야에서 현대·기아 등 국내 업체의 경쟁력이 약하다는 회의론도 있다. 미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2016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평균연비가 L당 15.1㎞를 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이브리드는 일본, 친환경 디젤은 유럽 업체들이 강한 분야다. 현대·기아차는 아직도 초보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처럼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노사관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모처럼의 기회를 날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