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해외 일자리] 일본, 고급 해외 인력 유치 발벗고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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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에 취업하는 한국인이 크게 늘고 있다. 일본에 있는 대학에서 유학한 한국인 등 외국인을 채용하는 일본 기업이 증가하면서다. 일본 법무성 입국관리국에 따르면 일본 내 외국인 대졸 취업자는 2007년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2007년 말 현재 1109명. 전년 대비 17.5% 늘었다. 약 1만 명이라는 숫자가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지만, 이는 최근 3년 새 거의 두 배로 늘어난 수치다. 일본의 노동인구 감소와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이 외국인 채용을 부추기고 있는 배경이다.

노동인구 감소, 외국인으로 채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 양성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11만 명 수준인 일본 내 외국인 유학생을 2020년까지 30만 명으로 늘린다는 내용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줄어든 노동인구를 우수한 해외인력으로 채운다는 계산이다. 이 계획에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일본에 입국하지 않고도 미리 입학수속을 받을 수 있게 출입국 제도를 뜯어고치고 ▶입국 후 1년간 이들이 머무를 숙소 제공 ▶외국인 유학생들이 졸업 후 일본 기업에 취업하거나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일본 정부의 ‘고도인재영입추진회의’는 지난달 14일 실무회의를 열고 외국인들의 취업지원을 위한 점수평가제 도입안을 마련, 관계부처에서 제도화를 위한 구체적인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외국인의 학력과 일본어 능력을 점수로 평가해 일정 수준을 웃돌면 일본에서의 취업을 인정한다는 일종의 취업자격증이다. 전문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외국인의 일본 취업을 늘리기 위한 것으로, 기술과 어학능력·자격 등을 갖춘 사람에게는 비자취득을 비롯해 취업 시 수속을 간소화하는 우대정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경제산업성과 문부과학성은 아시아 지역 유학생들의 일본 취업을 지원하는 ‘아시아인재자금구상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일본 취업 때 따져봐야 할 점들

일본의 취업정보회사인 디스코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을 채용한 적이 있는 기업은 주요 기업의 약 20%에 달한다. 이 중 외국 유학생 채용을 별도로 하는 기업도 13%에 달했지만, 대부분 국적을 의식하지 않고 실력과 경력만으로 채용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해외에서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을 채용할 경우엔 비자 얻기가 까다로운 데다, 일본어가 유창한 인력을 선호하기 때문에 일본 대학 혹은 대학원에 유학한 학생 채용을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 와세다(早稻田)대를 비롯한 일본의 명문 대학들이 한국의 유명 외국어고 같은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진학 설명회를 열고 우수한 학생들을 어릴 때 스카우트해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본에 취업할 경우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 비자 문제다. 처음부터 취업비자를 받아 취직하는 경우는 괜찮지만 유학생의 경우 유학비자를 취업비자로 변경해야 한다. 이때 대학 혹은 대학원 전공분야와 취업할 직무내용이 다를 경우 원칙적으로 비자변경이 인정되지 않는다. 예컨대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시스템 엔지니어 같은 일자리를 얻었을 경우다. 또 한 가지는 근무조건이다. 가끔 회사와 외국인 직원들 간에 발생하는 문제가 근무지 변경에 관한 내용이다. 회사 중에는 외국인 직원이 장기적으로는 자기 나라로 돌아가 현지 관리직으로 일해줄 것을 감안하고 채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본의 취업 전문가들이 가장 중요하게 꼽는 대목은 외국인들이 일본 기업문화와 습관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일본인 상사가 “이 일을 잘할 수 있느냐”고 물었을 경우 일본에서는 현시점에서 가능한지 여부를 묻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 중에는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다소 시간이 지나면 잘할 수 있다”는 의미로 답변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로 인해 상호 불신이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음을 유의해야 한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par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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