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갈팡질팡 고속철]하.대안은 무엇인가…시흥∼대전 우선건설후 재조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8일 김종필 (金鍾泌) 국무총리서리 주재로 열린 경제부처장관 회의에서 검토된 경부고속철도사업 수정안은 ▶시발역을 서울역으로 하고▶서울~대전, 또는 서울~대구 구간을 2003년 2월 이전에 개통한다는 내용으로 돼 있다.또 대전.대구 역사 (驛舍) 지상화 방안과 대구~부산간 노선 직선화 등 예산 절감 방안을 오는 7월말까지 검토해 최종안을 확정하겠다는 방침도 재확인됐다.미봉책으로 누더기가 된 고속철도 사업이 이번엔 더이상 시행착오 없이 진행되기를 국민들은 고대하고 있다.

◇ 검토 대상 = 사업비 축소를 위해 경유 노선 조정과 대전.대구역 등 역사의 경제적 건설 방안, 구간별 단계적 시공 등이 당연히 검토돼야 한다.

그러나 이에 앞서 고속철도 추진체계를 아예 범정부 차원의 강력한 추진사업단 구성으로 탈바꿈시켜 주인의식을 갖게 하고 철도전문가 조직인 철도청의 사업내 역할을 재조정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선 문제는 대구~부산간 직선화 문제나 상리터널 우회여부, 중간역을 많이 만들되 필요에 따라 일부역사를 통과 (바이패스) 하는 설계방안 등 미시적 관점과 국가종합교통망 구축이라는 거시적 안목을 조화시켜 최적화 설계를 이끌어내야 한다.

역사문제는 역세권 개발이라는 지자체 욕심이 곁들여져 과다하게 설계되지 않았는지 꼼꼼히 살펴야 하고, 단계적 건설로 결론낼 경우 역사건설 속도도 이에 맞춰 투자비를 분산해야 할 것이다.

여객 전용 고속철도를 화물 겸용으로 활용, 24시간 고속철도를 이용하는 문제도 짚어봐야 한다.

스페인의 고속철도처럼 여객.화물을 겸용하는 방안은 수익을 빨리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또 고속철도 운영경험이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차량정비창은 사업초기 필수시설이란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고속철도는 항공기 수준의 정비체계를 갖춰야 하는데도 2차 수정계획에는 당분간 고장에 대한 대비가 없고 일부 구간이 조기 개통되면 시험운행 기간이 단축되기 때문이다.

◇ 대안 = 전문가들 사이에 공감대를 이룬 고속철도 재조정 방안은 프랑스 TGV 노선 및 연계 전철망을 참고로 하고 있다. 이 방안은 지난해 7월 철도청에 의해 고속철도 운영합리화 방안의 일환으로 논의되기도 했다. 즉 프랑스는 파리~리옹간 동남선을 83년에 건설했지만 리옹~발랑스 구간은 94년에 연장했고 발랑스에서 마르세유~리스간은 전철화를 통해 TGV가 다닐 수 있도록 했다.

또 파리~르망.투르간 대서양선은 90년에 건설했고 파리~릴리간 북부선 건설은 93년에 이뤄졌다.

이같은 연계망으로 프랑스 TGV 동남선은 고속철도 구간이 5백38㎞지만 서비스 구간은 총연장 2천6백40㎞에 달하고 장래에는 4천5백㎞까지 단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물론 프랑스에 비해 면적이 작은 우리나라의 지형적 조건은 다르지만 IMF체제라는 경제적 상황은 우리나라도 Y자형의 남서울~대구구간과 청주~익산구간만 시속 3백㎞대의 고속철도로 우선 건설, 고속철도 구간을 최소화함으로써 사업비를 줄이는 방안이 설득력을 갖게 한다. 이 대안은 고속철도 구간으로부터 대구~경주.울산.부산간이나, 익산~전주.광주 등 전국 주요도시간 연계는 시속 2백㎞대의 전철로 연결하자는 안이다. 고속철도망에서 전철 연결지점은 노선 수요에 따라 점진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최초 사업단계에서는 시흥~대전 구간을 최소한의 건설비로 최대한 빨리 건설, 우선 이번 달이면 들어올 TGV 운행을 가능케 하면서 노선.역사 등을 재검토할 시간을 벌 수도 있다.

이후 경제상황을 고려해가면서 대구~부산간 고속철도와 호남고속철도를 단계적으로 연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대안이 검토되고 최종안으로 결정되든 형식적 자문.심의보다 모든 정보를 민.관에 공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책임있는 사업주체가 결단을 내리는 검토방식이 가장 중요하다.

◇ 각계 의견 = 루이스버저사 책임연구원 맥도널드는 "고속철도를 재정적으로 타당성있게 추진하기 위해 더 경제적인 설계기준 아래 전체 선형.역사위치를 재디자인하되 TGV와 기술적으로 조화돼야 한다" 고 조언한다.

또 건설에 참여하는 당사자가 개통후 주인이 되는 책임행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건영 (李建榮) 교통개발연구원장은 "고속전철을 국토 전체의 교통망과 연계해 고속철도의 영향범위를 가능한 한 분산시키고 최대한의 인구가 고속전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일반철도와의 연계망을 구축하는 동시에 고속도로로 철도망의 기능을 보완할 것" 을 지적했다.

문동주 (文東周)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부원장도 "최단시간 안에 TGV를 움직이게 해줘야 하고 한꺼번에 많이 수송하기보다 빈도를 늘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며 "웬만한 곳은 전철화를 서둘러야 한다" 는 의견을 제시했다.

임강원 (林岡源) 서울대교수는 "수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공정하고 투명한 재검토가 될 수 있는 환경을 우선 조성하라" 고 정부에 제의했다.

음성직 교통전문위원.권영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