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 전에 팔면 양도세 줄지만 잔금 ‘찔끔’ 남기면 세금 눈덩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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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006년 10월 76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 144㎡(공급면적)에 당첨된 이모(46)씨. 8월 지정납부 기간에 잔금을 내지 않을 생각이다. 잔금을 내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면 바로 팔 수 있다. 하지만 잔금을 남겨놓고 전매제한에서 풀리는 11월 분양권으로 팔기로 했다.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씨가 세무사에 상담한 결과 양도세 등 세금 차이가 7000만원가량 된다. 김씨는 “세금 차이가 워낙 커 몇백만원 정도인 잔금 연체 이자를 물어도 이득”이라고 말했다.

입주를 앞두고 잔금 납부를 미루는 아파트 당첨자들이 늘고 있다. 전매제한이 크게 완화되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세금을 덜 내기 위한 수요자들의 치밀한 계산이 숨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절세를 위해 잔금을 남겨두는 데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칫 세금 절감액보다 훨씬 많은 돈을 내놔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택이냐 분양권이냐=올해 전매제한 완화 조치에 따라 신도시 등 공공택지 내 상당수 주택의 전매제한 기간이 분양계약 이후 3년으로 짧아졌다. 여기다 3년이 안 되더라도 아파트가 완공돼 잔금을 모두 내고 등기를 하면 팔 수 있게 됐다. 당첨자들은 등기한 뒤 바로 팔거나 등기하지 않고 전매제한 기간 3년이 지난 시점부터 분양권으로 전매할 수 있다.

양도세를 둘러싼 딜레마는 여기서 시작된다. 분양권 상태냐, 등기 상태냐에 따라 양도세 차이가 많이 난다. 등기 여부에 따라 양도하는 물건의 성격이 달라져 보유기간 계산이 다르기 때문이다. 등기 전에는 분양권으로 보유기간이 당첨자 발표일부터 계산된다. 등기 이후에는 분양권이 아닌 주택이므로 잔금을 모두 낸 날부터다.

등기 이후 바로 팔면 1년 이내 단기매매여서 양도세율이 50%이나 분양권은 보유기간이 2년 이상이면 양도차익에 따라 6~35%다.

예컨대 분양가에 웃돈이 1억원 붙어 양도차익이 1억원인 경우 양도세가 등기 직후 주택으로 팔면 4500만원, 분양권으로 매도하면 1798만원이다. 이러니 매도 희망자들이 분양권 상태로 팔려고 하는 것이다.

◆‘미등기 전매’ 주의=그런데 잔금을 어중간하게 남겨뒀다가 미등기 전매로 처분받아 세금 덤터기를 쓸 수 있다. 잔금 완납이 안 된 상태에서 분양권으로 팔았더라도 미등기 전매에 적용되는 양도세를 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일부러 잔금을 남겨놓고 판 것으로 보는 경우다. 미등기 전매의 양도세는 양도차익의 70%다. 등록세(분양가의 1%)의 5배까지 과태료도 내야 한다.

3억원에 분양받아 4억원에 팔다 미등기 전매로 처분될 경우 물어야 할 돈은 양도세 7000만원, 과태료 1500만원을 합친 총 8500만원이다. 등기 후 세금(4500만원)의 두 배에 가깝다.

입주 예정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건 과세당국이 미등기 전매로 보는 뚜렷한 기준이 없다는 점. 기획재정부 장병채 사무관은 “전체 분양가 중 남은 금액 비율과 거래 과정 등을 감안해 구체적인 사례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세심판원이 미등기 전매로 결정한 사례 가운데 잔금 비율이 가장 높은 건 총분양가의 8.8%. 금액으론 7400여만원이며 잔금의 29%였다.

매도자는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분양권으로 양도했다”고 주장했지만 조세심판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때문에 세무사들은 대개 미등기 전매로 처분받지 않을 남은 잔금 비율을 분양가의 10% 이상으로 본다. 안전한 방법은 잔금을 모두 남겨놓고 파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도 잔금을 아예 내지 않은 경우엔 분양권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을 내린 바 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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