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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맥박, 조금씩 뛰기 시작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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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기회복 신호가 조금 더 뚜렷해졌다.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전달보다 증가했다. 공장 가동률도 높아지고 있다. 가라앉아 있던 경제 맥박이 조금씩 다시 뛰고 있다는 의미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2.6% 상승했다. 1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다. 3월에 감소(-1%)했던 서비스업 생산도 한 달 만에 증가세(2.7%)로 돌아섰다. 반도체·자동차·교육서비스업·부동산업 등이 회복을 주도했다.

대표적인 내수 지표인 소비재 판매도 미미하지만 전달보다 0.5% 늘었다. 지난해 9월 금융위기 발생 이후 2월(5.2%)을 제외하면 소비는 줄곧 마이너스였다. 승용차·가전제품 등의 내구재 소비가 0.8% 증가했다.

전년동월비로 따져도 상황은 호전되고 있다. 광공업 생산이 8.2% 하락했지만 1분기(-15.5%)에 비해 하락폭이 많이 줄었다.

경기회복의 필수 요소인 재고 감소와 공장 가동률 상승도 이어졌다. 재고는 전달보다 2.8% 줄었다. 재고와 출하를 비교한 재고율지수는 100.7로 전달보다 6.2포인트 떨어졌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1.7%로 반년 만에 70%대로 올라섰다.

현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1.1포인트 증가해 2개월 연속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5월 기업경기 조사’에 따르면 제조업의 5월 업황 경기실사지수(BSI)는 74로 전달보다 5포인트 올랐다. 정부의 노후 차량 세금 감면 조치로 자동차 판매가 증가한 효과가 컸다.

윤명준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지난해 11월 이후 크게 하락했던 경기가 반등하고 있다”며 “4월 산업활동동향은 일단 경기가 회복되는 신호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석태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소비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지표가 많이 좋아졌다”며 “우리 경제가 여기서 더 나가려면 미국 경제가 회복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표가 장밋빛 일색인 것은 아니다. 투자가 특히 부진했다. 4월 설비투자는 전년 동월보다 25.3% 감소해 3월(-23.3%)보다 감소폭이 확대됐다. 국내기계 수주도 25.7% 감소했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기업들이 아직 경기를 관망하고 있는 것 같다”며 “경기 회복세가 더 이어지면 투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 수주는 8% 감소했다. 공공부문의 발주가 221.8%나 늘었는데도 그렇다. 민간부문이 78.8%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진 정부 재정으로 건설경기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향후 경기 전망은 나쁘지 않다. 약 6개월 후의 경기를 예고해 주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전달보다 1.9%포인트 올라 4개월 연속 상승했다. 또 6월 업황에 대한 전망 BSI도 76으로 전달보다 5포인트 높아졌다. 문제는 국내외에서 불안 요인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윤종원 국장은 “회복기에 있는 경제 심리가 북핵 사태 등 돌발 악재 때문에 위축될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상렬·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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