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심리학
하지현 지음, 해냄, 240쪽 1만2000원
정신과 전문의로 대학병원 교수인 저자가 대한민국 도시인들의 복잡한 마음을 ‘해부’한다. 그가 쥔 ‘메스’는 물론 정신분석학과 심리학, 그러나 딱딱한 전문 용어 대신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의 체험을 재치있는 문장으로 풀어간다. 폭탄주, 자판기 커피, 성형 수술, 조폭 영화, 기러기 아빠, ‘지름신’, 노래방, 와인의 유행, 24시간 편의점… 저자가 고른 스물두 개 꼭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다름아닌 ‘이중성’이다.
매번 떨어지면서도 고시의 꿈을 포기 못하는 ‘장수생’은 나의 실패는 ‘상황’으로, 타인의 실패는 ‘성격’으로 돌리는 이중 잣대에 매여있다. 성매매업소를 기웃거리는 남성에겐 동물적 본능과 가족의 틀을 유지하고픈 욕망이 공존한다.
도시인은 “커지고 세지고 달라진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요즘 자살은 “죽음으로 상대방에 죄책감과 상처를 주겠다”는 복수심에서 비롯하는 게 대세다. ‘죽도록 괴로워 죽는다’ 같은 고전적 자살과 딴판이다.
책은 미처 헤아리기 어렵던 내 안의 두려움, 타인의 복잡한 감정을 정면에서 만나도록 도움 준다. 저자는 “같은 곳에 사는 ‘나’와 ‘너’의 마음을 이해하는 게 사회와 도시가 조금 더 행복한 곳으로 바뀔 수 있는 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천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