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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태풍권 들어선 금융산업] 은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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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금융산업 전체가 '빅뱅' 의 태풍권에 들어섰다.한국경제는 금융산업에 대한 전면적이고 근본적인 수술없이는 회생할 수 없다는 진단이 이미 내려졌기 때문이다.

IMF체제이후 이미 16곳의 종금사와 2개 증권사가 문을 닫았거나 영업정지중이고 2곳의 은행이 정부의 긴급수혈 끝에 매각을 기다리고 있다.은행권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계획이 이미 가시권에 드러나고 있고 리스사와 투신사, 생명보험사의 부실처리가 순번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러나 이정도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뭐니뭐니 해도 나라 안팎으로부터 가장 거센 개혁 압력에 직면한 곳은 은행권이다.

오랜 관치 (官治) 로 얼룩진 후진적 금융시스템을 치유하지 않고선 실추된 한국경제의 신인도 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는게 정부나 국제통화기금 (IMF) 모두의 생각이다.

특히 빅뱅의 진원지인 은행은 수십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부실채권을 줄이고 낙후된 경영방식을 개선해 나가면서, 첨단 노하우로 무장한 선진 다국적 금융기관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이중고까지 안고 있다.

외국 금융기관들은 이번달부터 큰 제약없이 국내 지점개설이 가능해졌다.

그만큼 은행을 둘러싼 금융환경은 시장개방이 가속화되고 금융업종간 장벽이 낮아지면서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기에 금융감독위원회도 지난 1일 정식출범을 계기로 은행권 빅뱅의 고삐를 더욱 틀어 쥐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우선 금융부실의 최대 현안인 제일.서울 두 은행의 처리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금감위는 오는 11월로 잡혀 있던 이들 은행의 제3자 매각시한을 최대한 앞당겨 7, 8월중 매각여건이 성숙되도록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은행 말고도 국제결제은행 (BIS) 의 자기자본비율 최저기준인 8%를 맞추지 못해 은행감독원으로부터 경영개선권고 (BIS6% 이상) 나 이보다 강력한 경영개선조치 (6%미만) 를 받은 12개 은행들은 이미 지난달 말까지 1차 경영개선안을 제출했다.

대상 은행은 조흥.상업.한일.외환.충청.경기 (이상 권고대상) 동화.동남.대동.평화.강원.충북 (이상 조치대상) 이다.

이들은 이달 말까지 경영정상화계획의 결정판을 은감원에 제출하고 오는 6월말까지 승인받도록 돼 있다.

계획이 미흡하다고 평가되면 은행장을 비롯한 임원들을 문책하겠다는게 당국의 방침이다.

이처럼 숨돌릴 틈 없이 몰아치는 개혁 요구에 대해 은행권은 2천억~3천억원씩의 대규모 증자계획을 잡아 놓고 인원.조직을 과감히 감축하는 한편 리스.할부금융 등 부실 자회사를 매각해 연말까지 8% BIS비율을 맞추겠다는 내용을 경영정상화계획에 담았다.

특히 업계 리더 자리를 선점하려는 국민 등 우량은행들까지 증자러시에 가세해 은행권의 올해 유상증자 물량은 무려 2조2천억원에 달한다.

조흥.외환.보람.장기신용 등 일부 은행들은 증시상황으로 볼때 유상증자가 여의치 않다고 보고 국제금융공사 (IFC) 등을 통한 외자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어 성사여부에 따러서 은행권의 대규모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특히 BIS의무비율 준수는 기본이고, 우리 은행들이 미국식 상업은행의 모델을 본따 환골탈태해야 한다는게 정부나 IMF의 의지여서 장차 미국계 금융기관과의 제휴를 통한 업계 재편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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