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체화 필요한 ASEM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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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제2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 (ASEM)가 5일 폐막됐다.이번 회의가 관심을 끌었던 것은 아시아에 경제위기가 닥친 이후 처음 갖는 국가지도자들의 모임이자 김대중 (金大中) 정부 출범이후 첫번째 대규모 외교행사라는 점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회의가 아시아의 경제위기 극복방안에 논의의 초점을 맞춘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우리에게는 경제난 극복문제를 논의한다는 것이 물론 큰 관심거리였지만 이번 회의 참석을 계기로 마련된 金대통령과 각국 지도자들과의 개별적인 정상회담 역시 중요한 문제였다.

아울러 金대통령이 첫번째 외교활동으로 다자 (多者) 외교의 국제무대에 나서 어려운 시기에 국가 신인도를 높이는 데 주력한 점에 우리는 의미를 두고자 한다.우리는 이번 ASEM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나라나 경제난을 겪는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유럽 국가들이 실질적인 경제지원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내년에 역내 (域內)에 단일통화를 도입할 예정으로 있는 유럽국가들의 일정이나 경제사정으로 보아 아시아에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내놓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따라서 유럽 국가 지도자들이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원론적인 수준의 말을 했다고 서운해 하거나 탓할 일은 아니다.

아쉽다면 그러한 지원의사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행동지침이나 계획이 없었다는 정도다.우리의 경우 유럽에서 직접적인 지원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를 두고 크게 실망하지는 않는다.

지난해 말부터 급락한 국가신인도를 끌어 올리는 계기로 삼자는 데 더 큰 의미를 두었기 때문이다.그런 점에서 우리는 한국의 개혁의지를 분명히 하고 인식과 이해를 넓히려 한 金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이 앞으로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경제문제 못지 않게 우리의 관심을 모았던 것은 개별적인 정상회담을 통해 논의된 쌍무적인 관계였다.일본총리와의 관계개선 논의, 중국총리와 논의한 한반도 안정을 위한 협력방안 등이 외교적인 겉치레로 끝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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