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부채율 못내리면 부실기업 간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이헌재 (李憲宰)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은 1일 "오는 2000년전까지 부채비율을 2백% 이하로 낮추지 못하는 기업은 부실기업으로 보며 이들에 대해서는 부실기업 정리 차원에서 접근하겠다" 고 밝혔다.

李위원장은 이날 증권감독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금융개혁과 재벌개혁은 우리나라 경제의 기본틀을 바꾸는 큰 작업" 이라고 전제한 뒤 "두가지 개혁을 동시에 추진하겠다" 고 말했다.

이로써 앞으로 금감위의 금융감독정책은 금융기관 자체의 구조조정과 함께 은행을 통한 대기업 구조조정이라는 두가지 축을 기본틀로 삼게 됐다.

李위원장은 특히 "대기업들의 재무구조개선계획이 너무 형식적" 이라고 지적하면서 "부채비율을 국제수준으로 낮추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고 말해 대기업 구조조정을 예정대로 강도높게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책의 현실성이 약하다는 재계의 반론에 대해 李위원장은 "과거의 연장선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대착오적인 발상" 이라고 일축하면서 "2000년 이내에 목표수준에 다다르지 못한 기업은 그 이후에도 살아남기 어려울 것" 이라고 덧붙였다.

李위원장은 이같은 개혁을 통해 금융기관.기업 모두 경영이 투명해지고 대외신인도가 높아져 궁극적으로 외국자본 유입이 촉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과정에서 국제적인 투자기관이 금융기관의 대출채권을 사서 유가증권으로 만들어 국내외자금을 끌어들이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李위원장은 밝혔다.이와 함께 금융기관 구조조정과 관련, 李위원장은 "은행을 인위적으로 대형화로 몰아가지는 않겠다" 며 시장원리를 최대한 존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은행 경영진의 책임문제에 대해서는 "국제결제은행 (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췄다고 경영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며 "기업자금지원.조직정비.외자도입.부실기업대책 등을 복합적으로 평가하겠다" 고 말했다.

이밖에 李위원장은 은행소유구조 개편과 관련해 "특정재벌.특정인이 특정은행을 지배하도록 하는 것이 은행의 주인 찾아주기는 아니며 경영권을 안정시키는 체제확립이 더 중요하다" 며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한편 李위원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처음으로 '재벌개혁' 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했다.

남윤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