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투자진흥회의 발언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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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와대 영빈관에서 약 1시간50분동안 열린 제1차 무역투자진흥대책회의 열기는 뜨거웠다. 기업인들은 정부정책이 일선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등의 고충을 서슴지 않고 털어놓았다.

대기업 경영자와 중소기업인들 사이에선 종합상사 존폐를 둘러싼 논란도 벌어졌다.

김대중대통령은 회의 후 1백20여명의 참석자 전원과 오찬을 함께 했다.

金대통령은 "수출을 늘리고 투자유치를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이 애국자" 라며 "기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 장관 또는 나에게 직접 말해달라. 조금도 정부에 위축되고 눈치보거나 거리감을 두지 말라" 고 격려했다.

다음은 참석자 발언요지.

▶황두연 (黃斗淵) 무역협회부회장 = 수출기업의 자금난과 외환관련 비용부담을 경감시켜 줘야 한다. 외환수수료도 인하해 달라.

▶손영석 (孫永碩) 텍사스인스트루먼트 (TI) 코리아 사장 = 한국의 투자여건은 노사불안.노동시장의 경직성.행정규제.외국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으로 인해 나쁜 편이다.

외국인투자 승인과 관련한 행정절차가 너무 까다롭고 부처별로 분산돼 있다. 권한있는 단일창구가 필요하다. 수출입 절차도 복잡하고 서류가 너무 많다. 외환관리제도가 까다롭고 금리 수수료도 높다.

▶박세용 (朴世勇) 현대종합상사 사장 = 무신용장 방식의 수출을 늘릴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 대기업 구조조정도 일반 제조업체와 종합상사를 동일선상에 놓고 다루고 있어 문제다.

종합상사는 제조업체와는 다른 재무구조개선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나제훈 (羅濟薰) 신기그룹 사장 = 기업인의 기 (氣) 를 살려야 한다.

법인세부터 낮춰야 하고,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서는 법인세를 다단계화해야 한다. 종합상사 폐지가 검토돼야 한다.

종합상사의 밀어내기식 외상수출 폐단이 경제위기를 초래한 한 원인이다.

▶하승기 (河承起) 하남전자 사장 = 새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책을 많이 발표했지만 실제로 금융기관 등에 가보면 발표내용과 다른 경우가 많다.

▶이규성 (李揆成) 재경부장관 = 고금리를 해결하기 위해 IMF와 협의중이다.

재무구조 개선기준을 종합상사와 제조업체간에 차별을 두기는 어렵다.

법인세의 단일세율은 세계적인 추세다. 국제적인 기준에 맞게 세제가 개편돼야 한다.

▶이헌재 (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 = 중소기업에 자금이 골고루 지원되도록 하겠다.

▶아드리안 폰 멩가슨 BASF코리아 사장 = 커뮤니케이션 때문에 또 다른 무역장벽을 느낀다. 언론과 학교가 외국인투자에 대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金대통령 = 경제난국 극복의 길은 수출을 늘리고 외국자본이 많이 들어오는 것 뿐이다. 외국인 투자기업은 고마운 친구라고 생각해야 한다.

투자여건이 최고로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 오늘 나온 대책의 시행과정을 계속 점검하겠다.

앞으로 경제인과 진지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것이다.

가장 기업하기 좋은 시절이 왔다고 믿어달라.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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