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교수임용비리 '과잉규제' 산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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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대 치대의 교수임용비리 사건에 이어 최근에는 또 지방 모 사립대학에서 똑같은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었다.

사실 이같은 사건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 학계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었고 지난 수십년 동안 거의 매년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때마다 우리는 사회 최고의 지성인이요 엘리트집단인 교수의 임용에까지 부조리와 비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데 어이없어 하고 분노했다.

또 사건이 있을 때마다 교육부의 감사, 검찰의 수사가 이어졌고 관련자가 구속되거나 파면 또는 면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교수채용비리가 사라지지 않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대학교수들과 재단의 윤리 도덕 부족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학교수와 재단이 일반인에 비해 특히 부도덕한 것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는 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본다. 즉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가 대학교육에 손을 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대학설립.학과신설.학생정원.학생 편입학 등의 인허가제를 통해 교육서비스의 종류와 양을 총체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정부가 요구하는 지침과 조건만을 만족시켜도 대학은 운영.유지가 가능하다.

따라서 뭐하러 대학이 더 많은 돈을 들여 가며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애를 쓰겠는가.

교수임용이 연구실적이나 능력에 의해 결정되기보다는 재단의 임의적인 결정이나 기존 교수들과의 인연에 의해, 또는 금품에 의해 결정되는 사례가 많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대학교육에 관한 모든 것을 민간과 대학에 맡겨야 한다.

그래야 대학간의 경쟁이 유발돼 대학들은 좋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할 것이다.

좋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좋은 교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능력 있는 교수를 임용한다.

만일 인맥과 금맥에 의해 능력 없는 교수를 채용한다면 그 대학은 학생들의 이탈이라는 시장의 처벌을 받아 문을 닫고 만다.

물론 정부가 교육에서 손을 뗄 경우 일시적으로 문제점들이 초래될 것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이를 걱정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들은 교육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이고, 교육의 정상화라는 이득에 비하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크지 않다는 것이 본인의 생각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대학이 대학답고 우리 사회 최고 지성의 장으로 유지.발전되기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정부가 대학교육에서 완전히 손을 뗄 것을 요구해야 하며, 정부 또한 이러한 요구를 수용해야 할 것이다.

안재욱〈경희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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