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30분 만에 MB까지 보고돼 … 미국에도 즉각 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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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25일 북한이 제2차 핵실험(오전 9시54분)을 실시한 지 30여 분 만인 오전 10시30분쯤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는 최근 북한의 핵실험 여부를 예의주시해 왔었다”고 했다.

보고 당시 셰이크 타밈 카타르 왕세자와의 접견(오전 11시30분)을 준비 중이던 이 대통령은 오전 11시쯤 긴급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소집부터 지시했다. NSC는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국무총리·통일부 장관·외교통상부 장관·국방부 장관·국가정보원장이 참석하는 안보전략회의체다. 현 정부 들어 이 회의의 소집은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직후였던 지난해 7월 18일과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일인 지난달 5일에 이어 세 번째였다.

NSC는 오후 1시30분쯤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열렸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외교의전상 취소가 불가능한 타밈 왕세자와의 오찬을 마친 뒤 지하벙커로 직행한 셈이다. 이때부터 1시간50분간 진행된 NSC를 거쳐 정부는 이번 핵실험을 ‘도발 행위’로 규정한 공식성명을 내놨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청와대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정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국제 규범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북한을 압박했다.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빈틈없는 안보 태세를 유지해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에서 NSC 회의가 열리는 사이 관련 부처와 군도 바쁘게 움직였다.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베트남을 방문 중인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현지에서 중·일 외무장관을 연쇄 접촉하며 대책을 논의했다. 군은 전군에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서해북방한계선(NLL)과 군사분계선(MDL)에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는 등 군사적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바빴다.

◆“북한, 미국에 핵실험 직전 사전 통보”=북한은 3월 이후 길주군 주변에 갱도를 확장하고 건물을 신축하는 등 핵실험 징후를 보여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각종 탐지·관측 장비를 북한을 향해 집중해 2006년 1차 핵실험 때와는 달리 인공지진을 빠르게 포착할 수 있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핵실험 20∼30분 전 미국에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이 이를 우리에게 알리기 전 우리가 먼저 지진을 탐지해 핵실험 사실을 미국에 알렸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 측에선 ‘그렇게 빨리 했느냐’며 ‘좀 전에 우리도 (북한에서) 통보받고 한국에 연락하려던 참이었다’고 반응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중국에도 미국과 비슷한 시간에 핵실험을 사전 통보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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