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구 ‘소방·안전’에 매달리는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8일 대구시청 7층 비상경제상황실. 이진훈 대구시 기획관리실장이 대구시를 방문한 행정안전부 강병규 제2차관에게 경제 위기 극복대책을 설명했다. 이어 건의 사항을 보고했다. 관심을 끈 것은 국립 소방박물관을 대구에 짓도록 해 달라는 것이었다. 정부는 안전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소방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실장은 “소방박물관을 유치하면 지하철 화재 참사를 겪은 대구가 안전도시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달 대구엑스코에서 열린 국제소방안전박람회에서 어린이들이 안전을 체험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엑스코 제공]


대구시가 ‘소방·안전’을 도시 브랜드로 키우는 작업에 나섰다.

안전체험장을 만들고 관련 제품 전시회를 여는 등 안전도시 이미지 만들기에 힘을 쏟고 있다.

◆왜 ‘소방·안전’인가=2003년 발생한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부상했다. 이 사건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대구는 ‘화재 참사의 도시’란 오명을 쓰게 됐다. 2005년에는 서문시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대구시는 도시 이미지 바꾸기에 나섰다. 주제는 ‘소방’과 ‘안전’이었다. 첫 사업은 안전을 주제로 한 국제 행사였다. 소방·안전 관련 제품을 소개하는 전시회를 통해 대구가 안전한 도시로 거듭나고 있음을 알리겠다는 구상이었다. 관련 산업을 키우려는 의도도 있었다. 참사 이듬해 시작된 대한민국 국제소방안전박람회는 매년 4월 열리고 있다. 이를 기획한 박상민(48) 엑스코 전시팀장은 “전시회를 통해 화재 참사의 도시를 안전도시로 바꿔 놓겠다고 설명하자 각국 소방업체와 관련 단체가 선뜻 참여를 약속했다”고 털어 놓았다. 박 팀장은 당시 공무원이었으나 이 행사를 위해 엑스코로 자리를 옮겼다.

제11회 세계소방관경기대회도 유치했다. 2010년 8월 세계 60여 개국의 전·현직 소방관과 가족 1만여 명이 대구에 모인다. 물통 릴레이, 팔씨름, 소방차 운전 등 75개 종목에서 기량을 겨룬다. 대회가 비영어권 국가에서 열리는 건 처음이다. 현장 실사를 한 호주의 대회 운영본부 집행이사들은 “대회가 지하철 화재 참사의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란 말을 듣고 대구의 손을 들어 주었다고 한다.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는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지하철 화재 탈출 체험시설이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이후 전국에서 4만여 명이 다녀갔다. 시는 이 옆에 소방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 효과도 커=대한민국 국제소방안전박람회는 첫해 13개국 129개 업체가 참가했으나 올해는 19개국 216개 업체로 늘었다. 상담 실적도 3225억에서 5450억원으로 뛰었다. 소방기기·안전시스템 분야의 각국 신제품을 소개하는 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소방방재업체들이 경쟁하면서 제품 개발도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달 소방용 로봇을 출품한 호야로봇㈜은 최근 중국·일본·사우디아라비아 등 5개국에서 견본을 보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홍권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