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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그룹, 계열사 매각 위임조건 미국서 10억불 차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한라그룹이 미국의 세계적 인수.합병 (M&A) 전문회사인 로스차일드사를 '대리인' 으로 내세워 계열사 매각을 중심으로 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선다.

한라는 로스차일드로부터 10억달러 (약 1조5천억원) 를 빌리는 대신 계열사와 외국 기업간의 M&A 문제를 로스차일드에 맡겨 매각 또는 합작이 성사되면 그 대금으로 빌린 돈을 갚기로 했다.

한라그룹은 23일 해외자본 유치를 통한 그룹 경영정상화를 앞당기기 위해 정몽원 (鄭夢元) 회장과 윌버 로스 로스차일드 사장간에 이같은 제휴내용에 합의, 로스차일드 실무대표단이 25일 방한해 구체적인 협의를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M&A 전문회사가 우선 자금을 대준 뒤 M&A 추진역을 맡아 사후 정산하는 경우는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로, 대기업 구조조정 방식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는 한라그룹이 극심한 자금난 속에 외국자본의 유치가 어렵게 되자 그룹의 운명을 남의 손에 맡기는 '극약처방' 을 선택한 면도 강하다.

로스차일드가 일시적 조달자금인 브리지 론 형태로 제공하는 자금은 대출기간 1년, 금리는 연 12% 조건이다.

한라중공업은 현재 부채가 2조원이며, 만도기계는 부채 1조5천4백억원과 계열사 채무보증 3조9백억원을 각각 안고 있다.

한라그룹 채권은행들은 "한라가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 같다" 고 평가하고 "앞으로 로스차일드가 계열사를 매각할 경우 매각가격 등을 놓고 법원.채권단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 지가 관건" 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라그룹은 현재 외국자본 유치대상으로 ▶만도기계는 미국 GM델파이.델코 레미, 영국 루카스 베리티, 프랑스 발레오 등▶한라중공업은 동남아 특정 조선소▶한라시멘트는 유럽업체 등과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또 캄코의 지분 50%는 이미 독일 보쉬사에 2천3백만달러에 매각했으며, 한라펄프제지는 미국 보워터사에 2억달러에 매각할 예정이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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