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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교육, 도봉 자연해설단을 만나보니

중앙일보

입력


자연 해설가에서 이제 환경지킴이로 나선 도봉구 환경교실 자연해설단원들. 왼쪽부터 박종임, 조은경,정미숙, 배해진, 황순옥 씨.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환경교육, 도봉 자연해설단을 만나보니
“1회용품은 절대로 안써요”

화창한 날씨가 나들이를 재촉하던 2003년 어느 날, 정미숙(46·돈암동)씨는 가족과 함께 숲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이날 따라 묘한 마음이 들었다. 눈길 닿는 갖가지 풀이며 나무의 이름이 한없이 궁금해지는 것 아닌가. 하지만 누구하나 시원스레 답해주지 못했다. 정씨는 그날로 도봉구 자연해설단에 가입한다.

“엄마, 제발 산에 올라가요. 우리 100m 오는데 한시간 걸린 거 알아요?” “여보, 나무도좋고 풀도 좋은데 우리 목적이 풀이름 외우기가 아니고 등산이잖아.” 도봉구 자연해설단 활동을 시작한지 올해로 7년째. 정씨는 “집근처나 산에 사는 여러식물들의 이름이나 특징을 알고 싶어 시작하게 됐다”며 “이제는 가족들이 함께 산에 가려고 하지 않는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길가의 풀 한포기라도 이름 및 특징을 누군가에게 설명해줘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를 위해 해설단 활동을 시작했다는 배해진(49·창동)씨는 “5년째 해오면서 다이어트 효과는 크게 보지 못했지만 희한하게도 아이들 성적이 올랐다”고 자랑했다. 엄마가무언가에 몰두하는 것이 아이들의 학습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풀이했다.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직접 가르쳤다는 조은경(41·쌍문동)씨도 “아이들이 모든 풀에 각각의 이름이 있다는 것을알고 일찍부터 자연의 소중함을 깨우친 것 같다”고 거들었다.

2004년부터 해설단 활동을 해온 조씨는 “일정 교육을 받고나면 현장 학습에 나선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직접 학교 방과후 수업에나서 생활 속 환경교육도 한다”며 “그런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뿌듯해한다”고 덧붙였다.현재 23명이 활동하고 있는 도봉구 자연해설단은 초기의 ‘자연 알아가기’ 수준을 넘어‘실천’ 단계에 이르렀다.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이를 보전하기 위해 어떤 실천을 해야 하는지’가 최근 이들의 화두다.
 
황순옥(52·쌍문동)씨는 요즘 생각이 많아졌다. 바로 ‘환경’ 을 위해서다. “세제 살 때도 친환경적인지 꼼꼼히 따져보고, 1회용품도 절대 쓰지 않는다”는 황씨는 “조금 불편하지만 딱 쓸 만큼, 먹을 만큼만 사고 될 수 있으면 버리는 양을 줄인다”고 말했다.박종임(46·방학동)씨는 자연해설단 활동을 하면서 변한 점이 있느냐는 물음에 가족들이 싫어한다고 말했다. 엄마가 환경보호를 너무강하게 주장하면서 아이들에게 못하게 하는것이 너무 많고 생활이 불편해졌다는 불만이 많아졌다는 것. 하지만 박씨는 자신의 생각을 전혀 굽힐 뜻이 없다. 그는 “건강 생각해서 이 일을 시작했는데 건강도 많이 좋아졌지만 내가 무언가에 빠져 열심히 하는 모습에 스스로 만족한다”며 “아이들도 투정을 부리기는 하지만 그것이 좋다는 것은 다 안다”고 미소 지었다.

◆자연해설단은?= 도봉구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도봉환경교실 프로그램 중 하나. 지난2003년 시작해 현재까지 11기 160여명의 해설단을 배출했다. 현재 23명이 지속적으로 활동 중이며, 숲해설·생태 교육 등 도봉환경교실의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주1회 이상 재교육 및 심화학습을 한다.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이나 각 문화센터 환경강좌도 진행한다.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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