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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 정부 시대] 上. 참여정부 정책 결정의 주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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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달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 국정과제회의.

위원회가 저소득층 지원용 보육예산을 보육시설에 주지 않고 2008년까지 아동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여성부는 지은희 장관까지 나서 "기존 시설의 반발을 고려해 천천히 전환해야 한다"며 팽팽히 맞섰다.

<위원회 조직표 이미지 크게 보기>

회의를 주재하던 노무현 대통령은 위원회의 손을 들어주었다. 위원회가 제시한 방안이 정부정책으로 확정되는 순간이다. 대통령이 직접 밀어주는 대통령 자문 국정과제 위원회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위원회가 정부의 중.장기 정책과제 개발을 주도하고, 일선 부처는 이렇게 정해진 정책의 집행을 맡는 쪽으로 역할이 나뉘고 있다.

◇막강해진 위원회=윤성식 정부혁신위원장은 지난 1일 외교부 1급 공무원에 대한 신분보장 철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타 부처에서는 1급 이상 고위직의 경우 보직을 못 받으면 자동으로 퇴직하는데 반해 외교부는 그렇지 않아 문제가 있어 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이라며 고위직 외교관에 대한 대수술을 예고했다.

▶부처 간 국장급 인사 교류▶부처별 톱-다운 총액 방식 자율예산제도 도입▶과기부 장관의 부총리급 격상 방안(정부혁신위)▶사교육비 경감 대책(교육혁신위)▶저소득층 유아 육아비 지원(고령화위) 등 굵직굵직한 정책들이 이미 대통령 자문위원회에서 나왔다.

앞으로도 정부조직 개편, 입시제도 개선안, 종합 부동산 세제 도입 등 메가톤급 정책이 속속 여러 자문위원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높아진 위상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지난 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지난달 신설된 사람입국 신경쟁력특별위가 소관부처를 제치고 '주 40시간 근무제 공공부문 확산 방안'을 보고했다.

자문위원회를 총괄하며 대통령 정책 특보를 겸직하는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은 이미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비서실장 다음의 실세로 자리잡았다. 위원회의 활동범위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신행정수도추진위는 관련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권한까지 갖고 있다. 지속가능발전위는 한탄강댐 건설을 둘러싼 지역 간의 갈등이 깊어지자 지난 2월부터 갈등관리 준비단을 구성해 인근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해결에 직접 나서고 있다.

동북아경제중심위는 외교안보 정책까지 다루기 위해 '동북아시대위원회'로 이름을 고치고 동북아평화군축센터 설립에 나서는 등 업무범위를 넓혔다. 정부혁신위는 국제박람회를 개최하고, 빈부격차위는 전국실태조사를 독자적으로 실시하는 등 정부 부처나 민간이 했음직한 일도 위원회가 직접 한다.

한 경제 부처 공무원은 "자문위원회가 이렇게 막강한 권한을 가진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롯데호텔에서 경제 5단체 주최로 열린 국정과제 로드맵 설명회에는 실세 위원장 6명이 참석한다는 소식에 1000여명의 재계 인사가 몰렸다.

◇주목받는 국정과제회의=매주 목요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국정과제회의'는 이제 정부의 중장기 국정방향과 구체적인 정책과제를 논의하는 가장 중요한 정책결정 기구로 떠올랐다. 위원회에서 결정한 방침들은 그대로 정부 정책의 주요 골격이 된다.

국정과제회의는 이미 지난 1년4개월 동안 49번의 회의를 열어 수도 이전과 국가균형발전계획 등 굵직한 정책들을 결정했다. 이번주에 50번째 회의가 열린다. 여기선 장관들도 일개 위원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국정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국무회의는 정책 현안의 집행을 논의하는 실무형 회의로 역할이 바뀌고 있다.

한 장관은 "핵심적인 중장기 과제를 논의하는 국정과제회의가 국무회의보다 더 활기찬 느낌"이라며 "정부정책의 결정 시스템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국정방향 제시)-위원회(중장기 계획 수립)-내각(단기 과제.정책현안 집행)의 3각 구도가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별취재팀=홍병기 차장(팀장)김종윤.장세정.김영훈(이상 경제부) 신성식(정책기획부), 김성탁(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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