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트리뷴지가 찾아낸 영화 '타이타닉의'의 '옥의 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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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영화 '타이타닉' 은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는 주장과 달리 오류가 적지 않다고. 최근 시카고 트리뷴지가 문화부기자와 평론가를 총동원해 꼬집어낸 '옥에 티' 20가지중 재미있는 부분만 소개하면 - .

1.로즈 도슨 칼버트의 극중 나이는 1백1세. 배우 글로리아 스튜어트의 실제 나이인 87세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1백세를 넘긴 노인이 혼자 배 난간에 올라가 진주 목걸이를 바다로 던진다?

2.영화를 보고난 관객들은 주인공의 숭고한 사랑에 감동한다.

하지만 로즈 도슨이 목걸이를 다른 백만장자에게 팔아 잭 도슨 미술학교라도 설립하는게 진정한 사랑의 실천이 아닐까.

3.카메룬 감독은 로즈를 헬기로 배에 태워 그녀의 낭만적인 옛 이야기를 들려준다.

굳이 그녀를 배에 태울 필요가 있었을까. 마지막으로 다이아몬드를 본 게 어디인지 전화로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4.영화가 너무 길다.

러닝 타임 3시간17분. 침몰장면만 2시간40분 걸린다.

실제 침몰시간보다 길다.

주인공들이 물살을 헤치면서 갑판으로 올라가는 장면을 좀 잘라내면 어떨까. 5.로즈와 잭이 꼭 섹스를 벌여야 하나 (국내 개봉관에서는 이 장면을 잘라냈다) ?

잭이 객실에서 로즈의 누드를 스케치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6.잭의 스케치북에는 분명히 헝가리 태생의 프랑스 사진작가 브라세의 유명한 사진을 그린 그림이 보인다.

몽마르트르 카페에 앉아있는 70세의 창녀 비주 ( '보석' 이라는 뜻) 를 찍은 이 사진은 타이타닉호가 침몰한지 20년도 더 지난 1930년대초의 작품. 영화에서는 아무런 출처도 명시돼 있지 않다.

7.로즈가 배에 갖고 탔던 미술작품 중 하나는 1900년대 유럽 회화중 가장 급진적인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뉴욕 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 작품의 오리지널은 영화에서보다 가로의 길이가 더 길다.

미술사를 조금만 공부해도 실존 사실을 알만한 드가.모네.세잔 등 유명작품들을 로즈의 소유로 묘사한 의도는? 이들 작품은 타이타닉호와 함께 침몰하지 않았다.

8.1천5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에서 중요한 것은 로즈와 잭의 좌절된 사랑뿐인가.

관객들은 잭의 죽음만 슬퍼할 뿐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로즈의 사진 몽타주가 묘사하는 것은 험난한 인생을 통해 해방의 기쁨을 맛보고 잭의 사랑을 간직한 채 살아온 여성. 그래서 모든 비극은 견딜만한 가치가 있다고 역설한다.

9.1백1세의 노파 로즈는 10대 소녀 로즈가 배에서 목격하지 못했던 광경,가령 선주 (船主) 와 선장, 설계자 등 '고위층' 들이 주고받는 '특수정보' 까지 생생히 기억해 낸다.

10.결국 이 영화가 우리에게 믿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로즈가 이 믿기지 않는 사연을 기억하면서 평생을 살아왔다는 사실. 그녀가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전혀 털어놓지 않으면서 85년을 지내오다가 갑자기 해저 탐사팀에게 고백했다고 누가 믿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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