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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m 떨어져 있던 경호과장 시선돌린 틈에 투신"

중앙일보

입력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경호원의 시선을 피해 투신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등산에 동행한 이병춘 경호과장의 진술 등을 종합한 결과다. 경찰은 노 전 대통령 사저 앞에 있는 경호동을 찾아가 이 과장을 조사하고 함께 현장 확인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하기 직전 경호원에게 "담배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이 경호원이 "없습니다. 가져올까요"라고 답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이 "됐다. 가지러 갈 필요 없다"고 말하는 등 대화가 오갔다는 것.

노 전 대통령은 또 "여기가 부엉이 바위인데 요즘도 부엉이가 사느냐"고 묻기도 했다. 길에 사람 한 명이 걸어가는 것을 보고는 손으로 가리키며 "저 사람이 누구지, 기자인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1~2m 떨어져 있던 이 과장이 몸을 움직이며 아래를 바라보는 순간 노 전 대통령이 뛰어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부엉이 바위에서 20분 정도 머무른 것으로 추정됐다.

이 과장은 경찰에서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직원에게 전화를 해 이 사실을 알리고 산 아래로 내려와 노 전 대통령을 업고 뛰어 내려왔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평소에도 노 전 대통령이 마을 안에서 이동할 때는 혼자 수행했다고 한다.

경찰은 앞서 이날 낮 브리핑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이 오전 5시45분 사저를 출발해 200m떨어진 부엉이 바위에 도착, 오전 6시40분께 30m 아래로 뛰어내렸다"고 밝혔다.

경찰은 투신 직전까지 함께 있었던 이 경호원 등을 대상으로 사저 출발과 등산, 투신 경위, 경호가 제대로 됐는 지 등에 대해 이날 사실상 조사를 끝냈다. 경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당시 수행한 경호원의 눈을 피해 투신해 경호원도 어쩌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창원=황선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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