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내년 도입 컴퓨터 환산 골치…SW 수정에 최고 4천억달러 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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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컴퓨터가 서기 2000년을 1900년으로 잘못 인식해 각종 혼란이 벌이질 것이라는 '밀레니엄 버그' 는 일반에도 잘 알려진 상태다.

하지만 미.유럽의 금융기관 및 다국적 기업들은 이보다 1년 앞서 '유로 장애' 라는 또다른 혼란을 겪어야 할 것 같다.

내년 1월1일부터 도입되기 시작하는 유럽단일통화 (ECU) 인 유로화 (貨) 때문이다.

유로 화폐가 실제 통용되는 것은 2002년 부터이나 ECU 참가국들의 금융기관에선 내년부터 각종 업무처리에 유로화 체제가 도입된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의 컴퓨터시스템은 현재로선 두 가지 통화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없다.

또 환율 계산도 불가능하다.

예컨대 독일 마르크화를 프랑스 프랑화로 환산할 때 현재는 곧바로 계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ECU체제 하에서는 마르크화를 공식 통화인 유로화로 먼저 환산한 뒤 다시 프랑화로 바꿔야 한다.

또 미 달러화를 마르크.프랑으로 환산할 때도 일단 유로화로 환산해야 한다.

이것들은 모두 기존 시스템으로는 처리할 수 없는 작업들이다.

게다가 새로 정해진 유로화 단위의 기호도 골치거리다.

모든 컴퓨터 자판에는 새로운 유로화 단위가 들어가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컴퓨터에서만 한시적으로 원래의 유로화 기호 대신, 알파벳 소문자 'e' 를 쓰자는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새로운 유로화 단위는 컴퓨터 시스템과 자동입출금기 (ATM)에서 모두 찍혀 나와야 한다.

미 기술자문회사인 가트너 그룹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로화 도입에 따른 컴퓨터 소프트웨어 수정비용으로 1천5백억~4천억달러까지 소요될 것" 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유럽 기업중 단지 3% 만이 현재 유로화 도입에 따른 각종 문제의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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