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클랩턴 20번째 앨범…인생이야기 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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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지난해 내한공연에서 환상적인 기타선율을 들려준 에릭 클랩턴이 잘 익은 팝 음반 한장을 들고 돌아왔다.

'필그림' 이란 타이틀의, 62년 데뷔한 클랩턴으로선 20번째 앨범. 머릿곡부터 잡아끈다.

IMF한파로 피곤해진 아버지의 눈매를 어루만지는 듯한 따스한 노래 '마이 파더스 아이스' .진한 블루스 창법대신 우울함과 밝음을 교차시킨 힘찬 목소리로 불렀다.

바싹 마른 우리 가슴에 촉촉한 온기를 안겨주는게 한국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레일라' 비슷한 분위기다.

하지만 창법은 10년쯤 더 숙성된 맛이 나는 수작이다.

모두 11곡을 담은 신보는 확실히 기타보다 보컬에 방점이 찍힌다.

클랩턴은 음역이 넓은 가수는 아니다.

그러나 소울풍, 컨트리풍등 수록곡마다 영혼을 담아 웅변같은 노래를 들려준다.

'티어즈 인 헤븐' '체인지 더 월드' 등 클랩턴의 언플러그드 시대를 잇고있는 이 음반은 그가 더이상 '기타의 신' 이 아니라 '세련된 팝가수' 임을 재확인시켜준다.

그렇다고 기타 사운드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번지르르하지않고 단아한 핑거링이 '역시 거장' 임을 느끼게한다.

또 내한공연에서 함께했던 조 샘플.스티브 겟등 재즈계 달인들과 단짝 프로듀서 베이비 페이스도 참여해 음반 곳곳에서 빛을 낸다.

대중성.음악성을 고루 갖춘 이 음반은 미국에서 벌써 명반 대접을 받고있다.

한국 팬들의 마음에도 들 것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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