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로운 환경속의 4자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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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자회담 2차 본회담이 제네바에서 16일 시작된다.

지난해 12월의 1차회담이 실질적 진전없이 끝나기는 했지만 남북한에 모두 새로운 지도체제가 확립된 가운데 처음 갖는 공식 접촉이라 기대를 갖게 한다.

아울러 한반도 정세 발전에 큰 영향을 주는 중국에도 실용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지도부가 들어서 앞으로의 4자회담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내면적으로는 지난해와 좀 다른 양상을 보이리라는 기대도 갖게 한다.

1차회담은 아쉽게도 우리가 희망했던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첫번 만남에서 획기적인 성과가 있으리라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회담운영에 관한 구체적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끝나면서 남북한 관계개선의 어려움을 새삼 통감했을 따름이다.

모처럼 마련된 회담이 성과없이 진행된 것은 당사자들의 입장에 현격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과 미국은 회담을 본궤도에 올리기 위해 회담운영의 틀이 마련돼야 한다는 인식에서 평화체제.긴장완화.신뢰구축.경제협력 등 의제별 실무급 분과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그러나 주한미군 철수와 북.미 (北.美) 평화회담 문제를 의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북한 입장에 따라 의제선정과 회담운영방식 등에 의견이 엇갈려 실질적인 토론 한번 못하고 이번 2차회담의 일정만 합의한 채 끝났다.

이를 통해 결국 북한은 4자회담을 통한 남북한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보다는 회담참석을 미국에 대한 접근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만 드러냈던 셈이다.

북한의 이러한 기본입장은 2차회담에서도 달라지지 않으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다.

남한에 새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새로운 접근방식을 내보이지 않고 해묵은 대남 (對南) 정책과 전술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 그러한 예상을 뒷받침한다.

정부는 북한의 이러한 변함없는 태도에 대응해 회담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북한당국도 한반도는 물론 주변에 새로운 환경이 조성된 데 맞춰 구태의연한 태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틀에 적응할 준비를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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