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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KIXX 이창호 ‘장고 대국’ 출사표…서봉수 감독 “꿈에도 상상 못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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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KB2009 한국바둑리그는 어느 해보다 안개에 싸여 있다. 선수들의 격차가 거의 없는 데다 속기라는 변수가 있다. 개막전은 21~22일 열리는 KIXX 대 티브로드의 경기. 뒤를 이어 23~24일엔 한게임 대 바투의 경기가 펼쳐진다. 7개 팀이 더블 리그를 펼치니 팀마다 12경기를 갖는데 그중에서 첫 경기가 중요하다. 4명의 감독은 저마다 머리를 짜내 오더를 냈다. 감독들의 변을 들어본다.

# 티브로드 서봉수 감독

“이창호가 장고 바둑으로 나올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장고 바둑은 밤 늦게 끝나고 훨씬 힘든데 건강도 썩 좋지 않은 이창호가 팀을 위해 그런 결단을 내린 점은 일단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이 때문에 우리 팀이 꽤 불리해진 것도 숨길 수 없다. 선봉으로는 류동완을 내세웠는데 올해도 지난해처럼 돌풍을 일으켜 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담았다(류동완은 지난해 시작하자마자 6연승을 거뒀다). 전체적으로 45대 55 정도로 밀리는 상황이지만 요즘 바둑은 진짜 누가 센지 모른다.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 KIXX 양재호 감독

“이창호 9단이 ‘오더는 전적으로 감독의 영역’이라고 말해 줘서 마음이 편했다. 상대 팀이 안조영을 장고 바둑으로 내세운다면 우리 팀엔 상대할 선수가 이창호밖에 없다고 봤고(이창호는 안조영에게 15승2패) 이게 적중하는 바람에 일단 유리한 출발이다. 어느덧 18세가 된 박정환은 더욱 물이 오르고 있고, 홍민표도 올해 11연승을 할 정도로 상승세다. 갓 입단한 박시열은 내 제자인데, 공부를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 장래를 보고 뽑은 선수다. 뚜껑은 열어 봐야 안다지만 첫판은 우리가 이길 것이다.”

# 한게임 차민수 감독

“승부는 자기 수양이고 자기와의 싸움이다. 수 차이는 어차피 도토리 키 재기다. 강자를 만나도 마음 졸이지 않고 불리해도 서두르지 않는 여유가 중요하다. 윤준상 선수가 라식수술을 해서 신경 쓰이는 것 외에 걱정거리는 없다. 우리 팀은 우승을 장담할 만큼 충분히 강하기 때문에 나머지는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일만 남았고, 이 점이 감독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팀의 새내기 유망주 한웅규와 지난해 신인왕전 우승자 김승재의 대결이 재미있을 것 같다. 한웅규에겐 편하게 두라고 했다.”

# 바투 김영환 감독

“한게임의 주력인 윤준상과 이영구가 1국과 5국에 나오리라고 예측했고 그대로 적중했다. 윤준상의 상대로 허영호를 내세운 것은 그의 담력을 믿은 탓이다. 허영호는 지난해 영남일보를 우승으로 이끈 주역이고 큰 승부에 특히 강하다. 개막전의 선봉장으로 최적이라고 믿고 있다. 지난해 주장에서 올해 3지명으로 밀린 백홍석은 장고 바둑을 자청했다. 김승재는 LG배 본선에 오르는 등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게임도 강한 팀이라 5대 5로 보이지만 첫날 1승1패만 하면 우리가 이길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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