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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돌 넘긴 아우내문화원, 새시대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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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을 바라보는 김준기 아우내문화원장은 “이번 소임을 숙명으로 알고 기본에 충실, 표준을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조영회 기자

28일 천안 병천면 아우내장터에 ‘큰 잔치’가 열린다. 아우내문화원 주최로 음력 5월 5일인 이날 8개 읍·면 주민들이 모여 ‘ 단오절민속놀이경연대회’ 한마당 큰 잔치를 벌인다. 김준기(76) 아우내문화원장은 “이번 단오잔치는 지난해 어려움을 겪은 우리 문화원이 이젠 정상을 되찾았다는 상징성을 지녔다”고 말했다.

아우내문화원은 지난해 창립 50돌을 맞았다. 전임 문화원장의 사업비 전용 사건 와중에서 『아우내문화원 50년사』(2008년 12월 발행)를 발간했다. 그 책에 문화원 반 세기 역사를 고스란히 담았다. 천안시의 문화원은 3곳이 있다. 중소도시로선 드문 일이다. 아우내 외에 천안문화원, 성환문화원이 있다.

◆연혁= 아우내문화원은 1958년 ‘백전(栢田)문화원’으로 출발했다. 천안이 낳은 큰 인물인 김시민 장군(임진왜란 진주대첩 영웅)의 후손인 안동 김씨 가문에서 자금을 대 설립됐다. 종중 재산을 활용해 낙후된 농촌에서 계몽운동을 펼치려는 뜻이었다. 백전은 안동 김씨 세거지(잣밭)의 한문 이름이다. 그후 행정명 변화에 따라 천원문화원(62년), 천안군문화원(91년)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지금의 이름은 95년 천안군과 천안시가 통합되면서 시작됐다.

안동김씨대종회장 김남응(5대 문화원장·66년)씨는 “종중에서 쌀 160가마, 각지 종친들이 150가마를 모아 총 310가마의 쌀로 문화원을 세웠다”고 회고했다.

◆발자취= 문화원 첫 사업은 순회 야외 영화관이었다. 우선 이동식 영사기 한 대와 발전기 한 대를 구입했다. 60년대 초 정부가 제작한 ‘대한뉴스’를 각 마을에서 상영하기 위해 손수레에 영사기와 발전기를 싣고 다녔다. 대부분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던 시절이다. 16밀리 영사기를 수레에 싣고 산간 벽지 부락을 순회했다. 전기불만 봐도 신기한 시대였다. 군청 공보실로부터 정부계몽 영화와 최신 리버티 뉴스(미국의 대 한국 활동 홍보 필름) 간혹 영화 필름을 지원받아 상영했다. 영화 상영은 60년대 말까지 지속됐다.

단오절 그네뛰기와 정월대보름 줄다리기 행사는 1975년 박봉조 원장시절 시작해 지금껏 끊임없이 열리고 있다. 아우내중학교의 모태는 문화원이었다. 65년 주위 면지역에서 중학교 진학 못한 학생들을 모아 김남응 전 문화원장 부부가 무료 교육을 실시했다. 2년 후 중학교가 설립되는 계기가 됐다.

◆주역들= “아버지와 어머니가 문화원 때문에 다투시는 걸 자주 봤습니다. 사진관을 운영하던 아버지께서 가정 형편은 생각하지 않으시고 영화 순회 상영, 농촌신문 발간 등 문화원 일에 파뭍혀 사셨습니다.” 고 김성준 전 문화원장(1969~70 재임)의 아들 김평응씨 회고담이다. 유관순 열사 추모제와 3.1절 봉화제도 문화원 행사가 발단이 됐다. 박봉조 전 원장은 “64년 당시 생가 터에는 흔적이라곤 기념비 하나 뿐이었다. 그 비석 아래 젯상을 차리고 추모제를 열었다”며 “그 후 관 주도의 거국적 행사로 변해 금석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한필 기자

김준기 아우내문화원장 “순리 따라 막힘 없는 지역중심 역할 맡을 터”

아우내문화원 전경.

김준기 문화원장은 올 3월 재선돼 새 임기를 시작했다. 지난해 7월 문화원 긴급총회에서 신임원장에 선출돼 도중하차한 최영환 전 원장의 잔여 임기를 지냈다. 김 원장은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문화원 사업을 착실히 수행해 왔다. 문화원 이사진을 새로이 구성하고 민속씨름대회, 유관순열사 사생대회, 청소년 유적답사 행사 등을 열었다. 특히 50년사 발간은 큰 업적으로 평가된다. 대전고와 국학대(사학과)를 졸업한 김 원장은 아우내중학교에서 오랫동안 교편을 잡았다. 아우내문화원향토연구소장을 20년 간 맡아왔다.

-문화원장으로서의 각오는.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맡게 됐습니다. 고장과 사회를 위해 더 일하라는 숙명으로 생각합니다. 기본에 충실하고 규정에 따라 표준을 세우겠습니다. 순리에 따라 일해 막힘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문화원의 역할은.

“지역 역사·문화의 본 고장입니다. 커가는 청소년들이 고장에 대해 뭔가를 물을 때 막힘 없이 대답해 줄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문화원의 중요성은.

“향촌(鄕村) 사람들의 삶이 역사가 됩니다. 문화원은 버리는 것을 주어 모으고 잊혀져 가는 것을 기록해야 합니다. 우리는 ‘영속성’의 후예입니다. 나도 시간의 흐름 속에 놓여있는 존재입니다.”

-문화원장은 보수가 있습니까.

“무보수로 일하는 명예직입니다. 특히 아우내와 성환문화원장은 천안문화원과 달리판공비도 없습니다. 자신의 호주머니 돈을 써가며 있어야 하는 자리입니다.”

-그간 어려움은.

“지난해 처음 문화원장이 되니 문화원에 대해 많은 말들이 떠돌더군요. 관계자들을 일일히 찾아다니며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길 호소했습니다. 그 중엔 제자도 있고 지역 후배도 있고….”

-어떤 사업을 펼건가요?

“병천 가전리에서 태어난 김시민 장군을 모르는 어린이들이 아직 있어요. 그래서 알기 쉽게 김 장군의 이야기를 만화로 꾸미고 있어요. 올 가을 출간될 겁니다. 학교에서 교과시간에 활용해도 손색이 없게 만들거예요. 10월엔 남사당 놀이 공연을 아우내 장터에서 열고, 12월 문화강좌와 전시회도 계획하고 있어요.”

◆아우내문화원 펴낸 책들

▶『우리고장의 지명과 유래』(이원표, 향토문화자료 제2집, 1993)

▶『우리고장의 장승』(장성균, 향토문화자료 제5집, 1995)

▶『천안 대평리사지』(단국대 역사학과, 1996)

▶『동학혁명의 발자취』(이원표·장성균, 향토문화자료 제6집, 1997)

▶『아우내장 순대』(김준기, 1998)

▶『국역 대록지(大麓誌)』(유장준·김준기 옮김, 향토문화자료 제10집, 2000)

▶『유석 조병옥 박사』(단국대 김수복, 우리고장의 인물탐구 1, 2000)

▶『철기 이범석』(우리고장의 인물탐구 3, 2002)

▶『아우내 민속놀이』(단국대 인문대학, 2002)

▶『암행어사 박문수이야기』(임명순, 2004)

▶『동천안문화』(김준기·주세응, 2005)

▶『갑오동학농민혁명과 천안』(장성균,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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