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직자 골프 분수에 맞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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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종필 (金鍾泌) 총리서리가 공무원 골프 해금 (解禁) 을 밝히면서 단서로 향응성격의 골프나 근무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못박고 있다.

골프를 치든 말든 자율에 맡기면 되지 일국의 총리가 치라 말라고 주석을 다는 게 모양 사납다는 비판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정부에서의 묵시적 골프 금지가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것이었나를 돌이켜 보면 매사는 맺고 끊는 맛이 있는 게 낫다.

지난 정부에선 공개적으로 공직자 골프를 금지한 적이 없다.

그러면서 실제로는 골프 치는 공직자 명단을 은밀히 적고 불이익을 준 사례가 있었다.

골프를 좋아하는 공직자 중엔 변성명까지 하면서 골프장을 출입한 사례도 있었다.

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짓이었던가.

차라리 개혁의 시대니 공직자 골프는 언제까지 금지한다 했으면 더 떳떳했을 것이다.

골프는 스포츠다.

타이거 우즈의 퍼팅 하나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중화까진 멀었지만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스포츠임은 분명하다.

휴일 스포츠를 무엇으로 즐기든 정부가 간여할 일도, 대통령이 나서 이를 금지할 일은 더더구나 아니다.

자기 책임 아래 분수껏 골프를 즐긴다면 누가 이를 막고 비난할 것인가.

운동으로서의 골프가 지닌 장점 못지 않게 모르는 사람과의 짧은 만남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부수적 이득도 있다.

그러나 교제골프는 곧 대가성 향응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게 우리식 골프관행이었다.

이웃 일본도 이 관행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얼마 전 대장성 (大藏省) 관리의 골프 향응이 일본을 뒤흔드는 스캔들로 비화하는 것을 보면 공직자 골프란 역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향응성 골프는 안된다는 명시적 제한을 공직사회는 깊이 유념해야 한다.

차제에 공직자 스스로 골프 곧 대가성 향응이라는 등식을 일소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지금은 경제위기의 한가운데 서 있다.

휴일 골프는 자유라 했지만 자숙하는 분위기는 필요하다.

분수에 맞게 골프장 출입이 이뤄진다면 골프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고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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