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구조조정 안팎]흑자사도 매각 전문기업으로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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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효성그룹이 11일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은 사실상 그룹경영을 포기하고 일부 업종에 주력한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강도높은 것이어서 재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효성은 경기침체에다 방만한 경영, 일부 수익성 없는 계열사들 적자 등이 겹쳐 지난해 말 현재 부채가 3조2천억원 (부채비율 3백70%)에 달해 과도한 금융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때문에 96년 9월 매킨지컨설팅에 의뢰해 구조조정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다 IMF사태 이후 심화된 자금난과 정부의 재벌개혁 요구에 궤를 맞춰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이번 구조조정으로 효성은 기업의 모태가 된 무역.섬유화학 등에 주력하게 된다.

이를 위해 흑자기업인 효성바스프.한국엔지니어링플라스틱 등 알짜배기 계열사까지 팔아 자금을 마련, 부채를 갚고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효성물산의 방만한 경영이 경영악화를 가져왔다는 일부 지적에도 불구하고 모기업은 포기하지 않는다며 그대로 가져간 것은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한편 이날 조치는 정부의 '재벌개혁' 에 대한 첫 반응이란 점과 은행과의 재무협약 성사 첫 사례라는 점에서 재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재계는 '효성쇼크' 라 할 만큼 민감한 반응이다.

재계는 효성이 ▶흑자기업 매각▶적자사업 정리▶업무용 부동산까지 처분하는 구조조정 방안을 모델로 제시함으로써 다른 그룹의 구조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1만2천여명에 달하는 효성 임직원들의 거취문제에서는 앞으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그룹 관계자는 "희생을 최소화하겠다" 면서도 "실제 아무런 가이드라인이 없다" 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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