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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회·경실련·변형윤학파 경제 핵심라인 부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엘리트 경제학자 그룹이 바뀌고 있다.

이른바 '민주적 시장경제론' 의 이론적 토대를 만들어 온 '중경회' 가 중심이다.

여기에 시민단체인 경실련에서 일한 학자들과 유종근 (柳鍾根) 대통령경제고문처럼 김대중대통령을 10년 이상 보필한 학자가 가세해 거대한 'DJ경제학파' 를 새로 만들어 가고 있다.

먼저 대중경제회에서 따온 중경회는 문자 그대로 대통령선거 오래 전부터 金대통령의 경제관을 심어 준 DJ경제브레인 모임이다.

새 정부 출범 보름만에 벌써 이들의 약진은 눈부실 정도다.

15명의 회원 가운데 부회장인 김태동 (金泰東) 성균관대교수가 청와대경제수석으로 발탁됐고 고문인 나종일 (羅鍾一) 경희대교수와 이강래 (李康來) 국민회의특보는 각각 안기부 2차장과 기조실장에 임명됐다.

이진순 (李鎭淳) 숭실대교수는 한국개발연구원 (KDI) 원장, 윤원배 (尹源培) 숙명여대교수는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신봉호 서울시립대교수는 청와대 경제수석실 건설교통담당 비서관으로 들어갔다.

벌써 6명이 새 정부에 참여한 셈이다. 회장인 이선 (李銑) 경희대교수는 막판까지 경제수석 물망에 올랐었다.

김원길 (金元吉) 국민회의 정책위의장도 중경회의 일원이다.

이 모임의 좌장 (座長) 은 변형윤 (邊衡尹) 서울대 명예교수다.

김태동수석.윤원배 금감위부위원장.이진순KDI원장은 모두 邊교수의 애제자들이다.

이들의 성향은 과감한 개혁이다.

이들이 주창하는 이른바 민주적 시장경제에서 '민주적' 이라는 말은 대체로 경제정의를 의미한다.

따라서 분배와 형평쪽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정부.재벌 등을 전방위적으로 비판해 왔다.

사회 전반의 보수적 색채를 뿌리뽑고 개혁을 과감히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재벌이 우리경제에 짐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앞으로 이들은 金수석이 앞에 서고 李원장은 개혁의 논리적 틀을 제공하며 尹부위원장은 '금융감독' 을 무기로 정책을 집행하는 '3각구도' 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성향으로 볼 때 아마 첫 표적은 재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평소 '반재벌적' , 나아가 상당부분 '반기업적' 이기까지 한 성향을 분명히 보여 왔기 때문이다.

기득권층에서는 이들을 '제도권밖을 맴돌아 온 비주류' 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또한 무조건적인 비판과 실제정책을 입안.실행하는 것에는 천양지차가 있다며 이들의 경험부족을 꼬집기도 한다.

어찌 됐든 중경회.경실련.변형윤 학맥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이들이 경제정책 수립의 핵심라인에 서게 됨에 따라 서강대교수 출신의 이른바 '서강학파' 를 비롯한 기존 관변 이코노미스트들은 설 자리를 거의 잃어버릴 것으로 보인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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