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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장 이 문제] 적법 레미콘공장 가동 불허 말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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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포항시 대송면 탄탄레미콘 공장 마당에 골재 운송차량들이 멈춰서 있다.

"정말 사업을 포기하고 싶습니다. 적법하게 만든 공장을 돌리지 못하게 하다니…."

포항시 남구 대송면 제내리 ㈜탄탄레미콘의 최정호(43)대표는 11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는 "허가를 받아 지은 공장을 포항시가 민원을 이유로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며 "기업을 유치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포항시가 기업 죽이기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분쟁=이 업체의 마당에는 모래와 자갈 등 골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하지만 들락거리는 차량은 없다. 지난 6일부터 수돗물도 나오지 않는다. 한 사업장에 납품했던 레미콘 공급계약도 취소됐다. 한전 측은 12일 이 업체에 전기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포항시와 탄탄레미콘의 분쟁이 극한 대립 양상을 띠면서 빚어진 결과다.

분쟁은 2002년 12월 포항시 대송면과 남구청의 각종 허가와 신고절차를 밟아 지난 5월 완공한 공장의 사용승인을 남구청이 내주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남구청은 5월 17일 업체 측이 건축물 사용승인을 신청하자 몇가지 보완을 지시했다. 핵심은 주민과의 '이행합의'를 지키라는 것이었다. 남구청 관계자는 이행합의를 '민원을 해결하거나 업종을 변경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사업을 포기한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업체 측은 그러나 "주민들과 이행합의를 한 적이 없고, 남구청이 이를 근거로 사용승인을 해주지 않을 권한도 없다"며 반박했다.

이행합의에는 대송면장과 해당 지역 시의원의 서명만 있을 뿐 업체 측의 서명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장 가동지연에 따른 손실이 커지자 탄탄레미콘은 5월 21일 공장을 가동했다. 이어 지난달 9일 다시 사용승인 신청을 했지만 남구청은 '민원'을 이유로 또다시 반려했다.

공해를 유발하는 레미콘 공장의 사용승인을 내주지 말라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남구청은 최 대표를 건축법 위반 혐의(사용승인 없이 공장 가동)로 경찰에 고발하고, 단전.단수 조치를 취했다. 시의원들도 공장을 방문해 가동 중단을 요구했다. 또 남구청 직원들이 이 업체의 레미콘을 납품받는 업체를 방문해 품질을 조사하는 등 단속을 벌였다.

최 대표는 "초기에 민원이 발생하면 공장설립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완공된 공장을 민원을 이유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는 없다"며 "납품 중단과 사용승인 지연 등으로 3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남구청 관계자는 "업체 측이 불법으로 공장을 가동해 취한 조치"라고 말했다.

◆ 대책=남구청 관계자는 "업체 측의 피해가 큰 만큼 주민과 업체가 이해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체 측은 지난달 23일 법원에 건축물 사용승인신청서 반려처분 취소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최 대표는 "이제 모든 문제는 법정에서 풀 수밖에 없다"며 "회사의 업무를 방해한 주민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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