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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조병화·김춘수씨 신작시로 건재 과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아들이 글 배워서/좋은 책 한권을 잘 떼마치면/우리나라 아버지는/맛있는 약주술을 빚게하고, /식구들을 데불고/다수운 봄산에 올라서는/진달래 꽃들을 따서/안주로 꽃전을 부쳐놓게 하고는/술 따루어 술 따루어/절을 하면서/하느님께 감사를 드렸었나니…. /하느님이 가장 큰 어른이신걸/어린 아들에게도 깨닫게 했었나니…. " 새봄을 맞아 원로 시인들이 완숙한 시세계를 펼쳐보이고 있다.

서정주 (徐廷柱.83).구상 (具常.79).조병화 (趙炳華.77).김춘수 (金春洙.76) 씨등이 '시와시학' 봄호에 신작시와 산문을 발표하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위 시 '우리나라 아버지' 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서시인은 시공을 훌쩍 뛰어넘으며 한국인의 영원한 아버지상과 풍류, 그리고 도리를 보여주며 여전히 시단의 어른임을 시로써 수긍시키고 있다.

구.조.김 시인도 이.저승을 넘나드는 영원을 향한 긴장된 상상력을 잃지않으며 시단 원로에 값하고 있다.

서시인은 매일 심신의 건강을 위해 초등학생같이 체조도 하고 공부도 한다.

건강이 안좋으면 천직인 시인 노릇 못할까봐서다.

구시인은 중앙대 객원교수로 출강도 하며 시도 부지런히 써 곧 신작시집을 펴내게 된다.

조시인은 무에 그리 좋은지 이곳저곳 초청강연 다니느라 쉴새 없다.

건강에는 전혀 관심을 안둘 정도로 타고난 체질이다.

김시인은 집 근처 야산으로 매일 산책 나가며 시상의 논리를 가다듬고 있다.

한편 청록파 시인 박두진 (朴斗鎭.82) 씨는 몇년째 계속 노환으로 시달리고 있다.

전화 통화도 힘들 정도다.

소설가 황순원 (黃順元.83) 씨는 건강은 좋은 편이나 작품활동은 거의 못하고 있다.

박경리 (朴景利.72) 씨는 소설은 안쓰고 에세이를 쓰고 있다.

원주에 '토지문화원' 을 세우는데 힘을 쏟고 있어 건강을 돌볼 겨를이 없다.

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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