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향 경찰서장된 '살인의 추억' 형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미처 외상값을 다 갚지 못하고 떠나온 기분입니다."

12일 전북 임실경찰서장으로 부임하는 하승균(58)경정. 그는 지난해 개봉돼 500여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은 화제의 영화 '살인의 추억'의 주인공 박두만(송강호 분)형사의 실제 모델이다. 1971년 순경으로 경찰에 투신해 30년 넘게 강력계 형사로 외길을 걸어온 그가 정년을 2년 앞두고 고향마을의 포도대장을 맡게 됐다.

하 경정은 임실과 근접한 전북 전주시 평화동에서 태어났다. 고교시절엔 레슬링 선수를 한 적도 있다. 경찰에 투신한 이후엔 수도권 일대에서 근무하며 290여건의 크고 작은 살인사건 수사를 맡아 그 중 90%를 해결했다.

'광주 여대생 공기총 피살사건''포천 농협 총기강도 사건'등 굵직한 사건을 파헤치면서 '경찰 최고의 사건통'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하 경정은 특히 1986년 9월 15일부터 91년 4월 3일까지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부녀자 10명이 차례로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되는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수사팀장을 맡아 유명해졌다.

지난해엔 자신이 기록한 사건자료와 수사일지 등을 모아 '화성은 끝나지 않았다'는 자전적 에세이를 출간하기도 했다.

하 경정이 경찰서장으로 발탁된 것은 오랫동안 경기도 지방경찰청의 강력계장을 맡아 열심히 일한 데 대한 배려로 알려졌다. 경찰서장 자리는 대부분 경정보다 하나 윗 계급인 총경이 맡고 있다.

그는 "수사 현장을 떠나게 돼 시원섭섭하다"며 "34년 만에 돌아온 고향에서 참다운 민중의 지팡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마지막 정열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