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모으기로 금은방 손님 부쩍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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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구 중구의 B금은방 주인 金모 (45) 씨는 최근 들어 돌 반지를 만들지 않고 있다.

불황 속에서도 그나마 하루 3~4개씩 나가는 돌 반지 때문에 가게를 유지해 왔으나 전국적인 '금 모으기 운동' 이후 돌 반지를 찾는 사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金씨는 "지난해 말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보석류를 찾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어졌지만 돌 반지는 겨우 가게를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효자노릇을 해 왔다" 며 한숨을 쉬었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금 모으기 운동의 여파로 돌 선물을 반지 대신 옷.장난감 등을 주는 사람들이 부쩍 늘면서 돌 반지가 자취를 감췄다.

여기다 해마다 입학 철이 되면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장롱 속에 있던 금을 내다 파는 사람이 많았으나 금 모으기 운동으로 대부분의 금붙이들이 빠져 나가면서 금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때문에 가게 마다 '금 삽니다' 라는 문구를 붙여 놓고 손님을 끌고 있지만 팔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대구 중구 D금은방 주인 (50) 은 "돌 반지를 찾는 사람도 없지만 금을 사기도 쉽지 않아 반지를 만들 생각을 못하고 있는 실정" 이라고 말했다.

인근 J금은방.S금은방 등도 "IMF 한파 이전에 만들어 놓은 돌 반지가 남아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전혀 없어 그대로 갖고 있다" 고 말했다.

금은상조합 대구지부에 따르면 대구지역 금은방 1천2백여 곳 가운데 지난해 연말부터 지금까지 모두 1백여 곳이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변두리에서 주로 돌 반지를 판매하는 곳으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있다.

조합의 황무웅 (黃武雄.60) 사무장은 "금의 수입이 최근 완전 중단됐고 금 모으기에 많은 양의 금이 빠져 나갔으나 돌 반지 등을 사려는 사람이 크게 줄어 아직까지 금이 부족한 상태는 아니다" 라고 말했다.

대구 =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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