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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기의 민노총이 외치는 속셈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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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슈 추적 특수고용자가 노(勞)·정(政) 갈등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정부 교섭요구안을 발표했다. 요구안의 핵심은 특수고용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이다. 이에 앞서 지난 주말 화물연대는 대전 집회에서 특수고용자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운송 거부를 결의했다.

하지만 정부와 노동계는 특수고용자를 근로자로 인정할지를 두고 시각이 엇갈린다. 민주노총 김경란 정책국장은 “노동 시간이나 근무 조건 등에서 사용자의 관리 감독을 받는 특수고용자는 실질적인 피고용자이기 때문에 노동자로 보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근로자로 인정받으면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의 보호를 받아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고 합법적인 파업을 할 수 있다.

현재는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없다. 레미콘이나 덤프트럭 기사 등이 민주노총 산하 전국운수산업노조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것을 두고도 양측은 갈등을 겪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 말 운수노조에 “레미콘·덤프트럭 기사를 조합원에서 제외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조합원 자격이 없는 사람이 가입해 있어 조합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화물연대 역시 민주노총 산하의 운수노조에 가입해 있지만 정부는 노조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학습지교사나 캐디는 근로자로 볼 부분이 있지만 나머지 직종은 근로자로 볼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지위를 개선할 필요는 있지만 근로자로 볼 수는 없다”며 “노조가 아닌 업종별 단체를 결성해 정부나 사용자 측과 협상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고용직의 근로자 인정 여부는 1990년대 후반부터 논란이 계속돼 왔다. 국회에 관련 법이 발의돼 있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특별법 형태로 특수고용자 중 일부를 근로자로 인정하되 노동3권은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낸 상태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이달 초 특수고용자 전체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노총이 이 같은 상황서 올해 특수고용자의 노동권 보장을 들고 나온 것은 6월로 예고한 총파업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화물연대나 건설노조를 앞세워 파업 동력을 끌어 모으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현재 지도부의 성폭력 파문과 산하 대형 노조의 잇따른 이탈로 흐트러진 조직을 정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6월 총파업을 할 경우 1만5000여 명의 화물차주가 소속돼 있는 화물연대나 2만5000여 명이 속해 있는 운수노조의 참여가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는 민주노총의 교섭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대전의 ‘폭력 사태’에 대해 먼저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특수고용자 문제는 정치 이슈화되면서 상당 기간 해법을 찾기 힘들 전망이다.

장정훈 기자

◆특수고용자=현행법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된 간병인, 대리운전 기사, 퀵서비스 배달원, 텔레마케터, 덤프·화물 트럭 기사, 경기보조원(캐디) 등을 말한다. 정부는 59만여 명으로, 노동계는 100만 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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