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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고사장에서 생긴 일

중앙일보

입력

토익(TOEIC)은 이제 대학생과 직장인들에게 피할 수 없는 필수다. 토익을 준비하는 중·고등학생도 많다.

토익 점수에 따라 졸업과 취업, 승진의 당락이 결정 될 만큼 그 중요성이 커졌지만 토익 고사장의 관리 소홀이나 시험장에서 벌어지는 황당무계한 일들로 인해 수험생들의 원성 또한 높다.

감독관이 코를 골아?

지난 달 26일, 제196회 토익시험이 치러진 서울 연희중학교 12 고사장. 시험 중 갑자기 코고는 소리가 들려 수험생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교탁에 엎드려 자고 있던 감독관으로부터 나는 소리였다. 한 학생이 주의를 주고 나서야 코고는 소리가 멈췄으나 잠시 후 반복되는 감독관의 드르렁거리는 소리에 수험생들은 황당해 했다.

취업준비생 박호걸(27)씨는 “이번을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토익시험을 치렀는데, 코고는 소리 때문에 신경이 쓰여 문제 푸는데 지장이 있었다. 그동안 다섯 번 정도 토익 시험을 봤으나,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감독관을 뽑는데 어떤 기준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토익카페 ‘닥치고취업(http://cafe.daum.net/4toeic)’사이트의 회원 아이디 ‘Elly83’, ‘라블리문’, ‘거센파도’ 등은 “듣기 평가 시간 복도를 오가는 여 감독관의 하이힐 소리에 신경이 굉장히 거슬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들에겐 단순한 영어시험일지 모르지만, 토익 준비생들에겐 중요하고 피 마르는 시험”이라며 “감독관들의 규제도 엄격히 해 달라”고 요구했다.

아이디 ‘피로스7’의 경우 “시험 중간에 화장실에 왔다 갔다 하고, 캔 음료를 마시는 등 지나치게 신경에 거슬리는 행동을 한 감독관을 토익위원회에 알렸더니 다음 달 토익 응시료를 면제해줬다”고 했다.

현재 토익시험 감독관은 해당 고사장의 교직원들로 이루어진다.

학생증은 안돼

이날 시험 시작 5분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시험지를 나눠 주려던 찰나 학교 운동장 구령대 앞에서 한 여학생이 큰 소리로 우는 바람에 고사장이 어수선해졌다. 토익 시험장에 유효 신분증(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기간만료 전의 여권, 공무원증)이 아닌 학생증을 갖고 온 것이 문제였다. 학생증으론 신분 확인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시험장에서 쫓겨나자 대성통곡을 한 것이다. 결국 그 여학생을 학교 밖으로 내 보낸 후에야 시험이 시작됐다.

수험생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대학생 채준병(25)씨는 “토익 시험 접수 시에 학생증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안내문도 있는데, 부주의한 그 학생의 잘못”이라며, “개인적인 사정으로 수험생 전체에게 피해를 주는 건 옳지 못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현나(23)씨는 “나도 처음 토익시험을 볼 때, 학생증을 갖고 갔다가 집으로 온 적이 있다. 대리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닌데, 학생증 때문에 시험을 못 본다는 건 억울하고 시험비가 아까왔다”며 “왜 학생증이 안 되는 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토익위원회에 따르면 “유효 신분증 미소지로 인한 퇴실은 비일비재한 일이다. 응시생들이 가장 많이 착각을 하고 있는 학생증은 위·변조가 가능하기 때문에 토익을 채택하는 국가고시(사법고시, 행정고시, 공인회계사 등)에서도 학생증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토익 명당'도 생겨

현재 토익 1회 응시비는 3만9000원으로 3월부터 2000원이 올랐다. 똑같은 돈을 내지만 고사장의 주위 환경, 감독관에 따라 시험 점수가 영향을 받는다는 소문은 토익준비생을 더욱 민감하게 하고 있다. 특히 총 200문제의 절반인 듣기 평가의 경우 스피커 상태 등 고사실 환경이 더욱 중요하다.

토익 준비생들 사이에서 고사장 후기 공유 사이트가 활성화 되면서 ‘토익 명당’이라는 곳도 생겼다. 영어 교육 사이트인 ‘해커스토익(http://www.hackers.co.kr)'은 전국 422개 고사장을 대상으로 ▶스피커 상태 ▶학교 시설 ▶냉난방 시설 ▶접근성 ▶ 주변 환경 등을 각각 별 5개 만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해커스토익이 추천한 명당은 ▶울진의 울진중학교 ▶강릉의 문성고등학교 ▶청주의 경덕중학교 등이다.

명지대 조향미 대학생기자
[*이 기사는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와 조인스닷컴간의 제휴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특정 내용이 조인스닷컴의 시각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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