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찬 기자의 JOB 카페] 전공 살려 취업하면 연봉이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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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취업준비생들은 스펙을 갖추기 위해 학원을 전전한다. 중·고생처럼 이들이 쓰는 과외비도 만만찮다. 그렇다면 전공을 살린 직무에 취업하려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과외비로 얼마를 쓸까.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5월부터 두 달 동안 전국의 대학생 6000명을 조사한 적이 있다. 그 결과 희망하는 직업과 전공이 다른 학생은 평균 23만1000원을 취업 준비를 위한 과외비로 썼다. 반면 전공이 일치하는 학생은 15만4000원을 썼다. 그런데 전공불일치 학생의 희망 임금은 전공을 살린 학생보다 월평균 20만원이나 높았다. 과외비 지출이 많으니 그러려니 여길 수 있지만 그들의 기대치가 과연 충족될까 의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07년 10월 청년패널을 조사해 봤다. 그랬더니 전공과 다른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대졸(4년제)자가 31.8%나 됐다. 이들은 전공을 살린 사람에 비해 15% 정도 임금에서 손해를 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대졸 취업자 10명 중 3명은 취업한 지 20개월도 안 돼 직장을 옮겼다. 이직을 해도 임금이 오르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직장을 옮길수록 임금이 줄었다. 올해 3월 조사해 봤더니 첫 직장에서 월 217만원을 받다 다음 직장에선 187만원으로 떨어지고, 그 다음 직장에선 173만원, 또 옮기면 145만원으로 급감했다. 전공이 다른 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과외비와 첫 직장 임금 손실에다 이직으로 또 임금을 손해보는 삼중 손실을 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대학진학률이 80%를 웃돈다. 하지만 직장과 전공·임금의 연관관계를 보면 ▶과연 대학에 진학할 때 적성을 따지는지 ▶대학에서 배운 것을 직장에서 쓰겠다는 의지는 있는지 ▶대학 교육이 직무와 동떨어진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앞으로는 평생교육과 평생직업의 시대다. 직장이 아니라 평생 함께할 자신만의 직업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멀티형 인간도 자신만의 특징적인 전공 없이 이것저것 건드리는 식이 되면 평생직업은 꿈꿀 수 없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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