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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총리서리 내각]3.3組閣 관가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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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 청와대 = '국민의 정부' 의 첫 각료를 낙점한 청와대는 총리 임명동의를 둘러싼 국정공백 후유증을 말끔히 씻어내려는 듯 조각 (組閣) 을 둘러싼 모든 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

○…이날 오전10시40분쯤 고건 (高建) 총리가 김대중대통령에게 제청하고 퇴청한 뒤 바로 김중권 (金重權) 비서실장이 입각 당사자에게 연락하는 수순이 시작.

○…이에앞서 金대통령은 오전9시 자민련의 김종필 (金鍾泌) 명예총재.박태준 (朴泰俊) 총재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최종 조각을 마무리. 金명예총재, 朴총재는 서류봉투를 하나씩 들고와 일부 입각자가 바뀌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대두됐으나 "이미 조율된 명단에 대한 마지막 의견교환" 이라고 朴공보수석은 언급.

◇ 총리실 = 총리실 직원들은 "서리지만 실세총리가 오게 됐으니 일하기가 편해졌다" 며 실세총리를 반기는 한편 '자민련에서 누가 JP와 함께 총리실로 올까' 를 탐문하느라 분주한 모습들. 총리실의 한 고위간부는 "서리가 위헌이라는 등의 얘기는 정치적인 것이고, 행정적으로는 서리든 뭐든 아무 관계없다" 며 정치권의 분란에 아예 무관심한 반응. 그는 "과거에도 서리가 모든 권한을 다 행사했듯이 앞으로도 총리서리가 정상적으로 모든 업무를 볼 수 있다" 고 주장. 다른 한 간부는 내각의 명단을 보면서 "장관 17명중 전.현직 국회의원이 12명이 되는 것을 보니 사실상 내각제가 이미 시작된 것 같다" 며 "역시 실세총리는 다르다" 고 촌평.

◇ 감사원 = 인권변호사 출신을 감사원장서리로 맞는 감사원의 표정에는 일단 기대감이 앞섰다.

한승헌 (韓勝憲) 감사원장서리가 정부 출범 직후 국가기강 확립과 개혁작업에 나설 감사원을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막는데 가장 적격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신임 감사원장서리는 동교동 가신 (家臣) 들과는 달리 金대통령과 동지적 관계에 있는 분이라 앞으로 감사원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데 힘이 되지 않겠느냐" 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 재정경제부 = 국내외 금융에 이론과 실무경험이 풍부한 이규성 (李揆成) 장관에 대해 재경부 안팎에서는 IMF위기 극복에 적임자라는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李장관이 관직을 떠난 후에도 과학기술원 등에서 첨단 금융기법 등에 대한 연구, 강의를 계속해와 업무에 대한 공백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 李장관이 재무부출신이어서 재경부내 경제기획원 출신 직원들이 다소 긴장하고 있으나 앞으로 외환위기 수습과 환란 (換亂) 청문회 등 산적한 고비를 넘기기 위해서는 李장관을 중심으로 심기일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

◇ 통일부 = 강인덕 (康仁德) 극동문제연구소장의 장관 임명소식을 들은 통일부 직원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발탁배경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 특히 康장관이 평소 대북강경론을 내세워온 보수파로 알려져 있어 온건파로 분류되는 임동원 (林東源) 청와대외교안보수석, 박정수 (朴定洙) 신임외교통상부장관 등과 호흡을 맞춰 대북정책을 원만하게 수행해 나갈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외교통상부 = 정통 외무관료가 아닌 점을 아쉬워 하면서도 신임장관이 국제정치를 전공하고 국회 통일외무위원장과 국제의회연맹 (IPU) 활동 등을 통해 활발한 외교활동을 펼쳐온 점을 들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당국자는 "朴신임장관은 미국 의회와 행정부에 지인이 많은 대미 (對美) 외교통이기 때문에 기대된다" 고 말했다.

◇ 법무부 = 박상천 (朴相千) 국민회의 원내총무가 새 정부의 첫 장관으로 임명되자 검찰 내부에선 "실세 (實勢) 장관이 와서 정치권의 외풍 (外風) 을 막을 수 있을 것" 이라는 기대와 "검찰조직에 엄청난 변화가 일 것" 이라는 우려가 교차. 대검의 한 관계자는 "朴장관이 일처리에 합리적인 것으로 소문난데다 법사위원으로 활동해와 검찰에 대한 외부의 비현실적인 요구를 적절히 조정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전망. 윤관 (尹관) 대법원장의 광주고 4년 후배, 김태정 검찰총장의 2년 선배인 朴장관이 임명됨으로써 법조계의 최고위직을 광주고 출신이 독차지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

◇ 국방부 = 새정부 초대 내각 명단이 발표된 3일 국방부와 합참 관계자들은 사무실에서 조각발표 장면을 TV로 지켜보며 "신임장관이 임명돼 이제는 국방업무가 정상화될 것" 이라며 홀가분해 하는 모습. 국방부.합참 일선부서는 신임장관 취임에 따른 향후 일정을 점검하고 부서별로 업무보고 내용을 검토하는 등 부산. 일부 고위 군 관계자들은 곧 있을 차관 및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 인사와 군개혁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 행정자치부 = 내무부와 총무처가 통합된 '공룡부처' 의 초대 장관에 김정길 (金正吉) 국민회의 부총재가 임명되자 오전까지만해도 한광옥 (韓光玉) 부총재가 확실한 것으로 여겼던 직원들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처음부터 하마평에 오르지 않았느냐" 며 담담하게 새 장관 맞이에 분주. 金장관은 이날 취임식을 마치자마자 부산서구, 대구달성, 문경 - 예천, 의성 등 국회의원 보궐선거 관련 보고를 받는 것으로 첫 국정을 수행. 이는 보궐선거를 예정대로 4월2일 치르기 위해서는 10일까지 대통령공고가 이뤄져야 돼 이날 오후6시 개최된 국무회의에 곧바로 안건을 상정해야 되기 때문.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눈앞에 닥친 지방선거와 경찰조직의 장악 등을 감안해 金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실세 정치인이 온 것 같다" 고 분석.

◇ 산업자원부 = 산업자원부 직원들은 박태영 (朴泰榮) 전의원의 장관 임명 소식에 예상외의 인물이라고 당황하며 인적사항과 발탁 배경 등을 수소문하느라 분주한 모습. 한 관리는 "수출이나 외국인 투자 등 시급한 현안이 많은데 행정경험이 없는 장관이 와 업무파악 등에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걱정" 이라며 우려를 표시. 그러나 일부에서는 朴장관이 보험회사에서 일한데다 14대 의원 때는 재경위에서 금융통으로 활동한 경력을 감안할 때 금융.재정쪽 인맥과 경험을 잘 활용하면 재정경제부 등과의 협조체제가 원활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도.

◇ 정보통신부 = 배순훈 (裵洵勳) 대우전자 프랑스본사 사장이 장관으로 임명되자 "행정에 민간경영 기업이 접목되면서 효율성이 높아질 것" 이라며 전반적으로 반기는 분위기. 정통부 간부들은 특히 裵장관이 평소에 강조해온 경영이념인 '탱크주의' 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면서 신임장관의 향후 운용방침에 대해 의견을 교환.

◇ 노동부 = 이번 조각에서 현직 각료중 유일하게 이기호 (李起浩) 장관이 유임된데 대해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 고용정책실 관계자는 "지난번 노사정 대타협 과정에서 보았듯이 李장관처럼 노사 양측으로부터 고른 신뢰를 받은 장관은 드물것" 이라며 "앞으로 노동계와 재계의 의견을 균형있게 수렴해 원만히 노동행정을 이끌어갈 것" 이라고 기대했다.

노동부 대부분 공무원들도 "실업문제 등 풀어야할 난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풍부한 행정경험과 리더십을 갖춘 李장관이 유임된 것은 일관성있는 정책을 추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환영했다.

◇ 환경부 = 전문 장관을 기대하던 환경부 직원들은 예상외로 최재욱 (崔在旭) 자민련 총재특보가 장관에 임명되자 다소 술렁거리는 분위기. 특히 崔장관이 전임 윤여준 (尹汝雋) 장관처럼 기자와 청와대 공보수석을 지낸 경력이 똑같아 "환경은 역시 대국민 홍보가 중요한 게 아니냐" 는 농담도 나오고 있다.

◇ 보건복지부 = 의사출신인 주양자 (朱良子) 장관이 뚜렷한 경합자가 없는 상태에서 일찌감치 내정된 때문인지 차분한 분위기속에서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 특히 보건관련 부서 간부들은 "신임 장관이 국립의료원장과 의료보험관리공단 이사장을 역임하는 등 보건행정 경험이 있어 업무가 원활하게 돌아갈 것 같다" 며 기대감을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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