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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0대 기업 3곳 중 2곳 위기서도 정규직 2만명 늘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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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내 대기업 세 곳 중 두 곳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일자리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기준 100대 기업(3월 결산법인 제외)들이 15일까지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에 올린 올 1분기 보고서와 1년 전 제출한 2008년 1분기 보고서를 본지가 비교한 결과다. 분기 보고서에는 기업의 정규직 직원 현황이 나와 있다.

100대 기업 중 LG디스플레이 등 65곳에서는 올 3월 말 현재 직원 수가 1년 전보다 총 2만690명 늘어났다. 줄어든 업체는 삼성전자 등 33곳, 변화가 없는 업체는 2곳이었다. 100대 기업의 전체 직원 수는 3월 말 현재 71만8429명으로 1년 새 9711명(1.4%)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3~4년치 일감을 확보하고 있는 조선업체들과 매장을 확장하고 있는 유통업체들이 일자리를 늘렸다. 통신업체들은 대부분 직원을 줄였다.

개별 기업 중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직원을 가장 많이 늘렸다. 3월 말 현재 2만526명으로 1년 전보다 4764명(30.2%) 증원됐다. 경기 파주, 경북 구미 공장을 신·증설하면서 직원을 새로 많이 뽑았다. 이처럼 투자를 꾸준히 한 덕에 LG디스플레이의 대형 LCD 패널 점유율(매출액 기준)은 올 1월 20%에서 3월에는 25%로 5%포인트 높아졌다.


신세계는 최근 1년 새 부산센텀시티 백화점을 개장하고, 전국에 이마트 10개 점포를 새로 만들면서 직원을 2337명(18.8%) 늘렸다. 이 회사는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1조원가량을 투자해 이마트를 10곳가량 추가 개장하고 직원도 더 뽑을 계획이다.

포스코건설의 직원 수는 지난해 3월 말 2340명에서 올 3월 말 2998명으로 658명(28.1%) 증원했다. 이 회사 이상호 차장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 같은 녹색 성장 분야에 진출하려고 최근 경력직과 신입 사원을 많이 뽑았다”고 말했다. 이 차장은 “다른 건설사 중에도 녹색 에너지 사업 진출을 준비하며 인력을 확충하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공기업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한국전력과 6개 발전 자회사, 그리고 한국가스공사 등 8개사는 전체 직원이 4만1645명에서 4만835명으로 810명 줄었다. 지난해 치솟은 발전 연료값을 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대규모 적자를 내는 바람에 신규 채용을 거의 하지 못한 탓이다. 지난해 한전은 약 3조원, 가스공사는 약 3조5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게다가 공기업들은 향후 3년간 정원을 지금보다 평균 13% 줄인다는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묶여 있어 당분간 고용을 늘리기 힘든 상황이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는 100대 기업 중에 가장 많은 2266명(2.6%)이 줄었다. 특히 지난해 말에 임원을 816명에서 629명으로 187명(22.9%) 감축했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6개 분야로 나뉘어 있던 조직을 2개 부문으로 통합하면서 임원들이 회사를 나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직원 감소율은 100명 중 2, 3명뿐으로 자연 감소에 의한 것이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1671명(4.6%)이 줄어든 KT 측은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말 20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권혁주·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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