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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읽는 책 200여 권이 편한 문체의 바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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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청춘의 통과의례와도 같은 한 고등학교의 80㎞ 걷기 ‘야간 보행제’를 다룬 장편 『밤의 피크닉』부터 미스터리를 바탕으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연작 단편소설집 『삼월은 붉은 구렁을』까지. 다양한 소재에 대한 관심과 넘치는 상상력을 SF·판타지 등 장르 혼합적 글쓰기로 표현해 온 일본 여성 작가 온다 리쿠(恩田陸·45)가 한국을 찾았다. 일본이 주빈국인 올해 서울국제도서전(13∼17일)의 작가 소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독자 관심을 끄는 실마리가 소설 속에서 매순간 보일듯 말듯 이어지는 온다의 작품은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10∼20대 여성층 지지가 압도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여성들은 심각하지 않은 미스터리라면 무조건 반응하는 것일까. 16일 서울 삼성동 한 식당 저녁 자리에서 온다를 만났다. 술을 즐긴다는 소문대로 작가는 “한국 맥주맛이 궁금했다”며 술잔을 사양하지 않았다. 일본 고단샤, 한국 북폴리오 등 출판사 관계자와 온다 작품 번역자인 권남희·권도희씨가 함께 했다.

일본 장르소설 작가 온다 리쿠가 서울국제도서전 참가를 위해 16일 한국을 찾았다. 온다는 “어려서부터 워낙 책읽기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작가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애주가여서 비행기 공포증도 술 한잔 하며 이겨낸다고 말할 만큼 털털했다. [김태성 기자]


-저녁 직전 팬사인회가 성황이었다는데(출판사 관계자는 200명 정도를 예상했는데 400여 명이 몰렸다고 귀띰했다).

“10대 소녀 팬이 많아 특히 기뻤다. 나와 나이 차이가 꽤 나는데도 어린 독자들이 내 얘기에 공감해 준다는 게 기분 좋다.”

이 대목에서 고단샤의 온다 담당 편집자인 이시카와 나쓰코가 끼어들었다. 이시카와는 “온다 작품은 여고생 주인공이 많은 편이다. 자연히 그 또래가 느낄 수 있는 고민이나 변화에 대한 얘기가 자주 나온다. 젊은 여성들이 ‘맞아, 그랬었지’ 하고 공감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온다 작품에는 여성 취향의 섬세한 심리 묘사, 일상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자주 등장한다.

-장르 불문 글쓰기에 능하다는 평인데, 특히 최근 출간된 장편 『어제의 세계』(북폴리오)가 그런 작품이라고 들었다.

“내 소설에 여러 장르가 섞여 있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분위기든 스토리든 소설의 재미를 위해 다양한 방법과 장치를 동원한다. 『어제의 세계』에는 많은 것을 쏟아부었다. 독자는 소설의 결말을 예상치 못할 것이다.”

『어제의 세계』는 허를 찌르는 환상적인 설정에 바탕하고 있다. 도입부의 살인 사건 역시 단순 살인 사건이 아니다. 번역자 권남희씨는 “진실은 한 가지가 아니라고 주장이라도 하듯 원인과 결과가 일대일 대응하는 작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스물여섯 살 때 발표한 첫 작품 이후 1년에 소설책 두 권씩 쓴 꼴로 다작이다. 어떻게 작업하나.

“주로 조간신문 배달될 무렵까지 밤새워 쓴다. 매일 규칙적이지는 않다. 원고 마감 시한에 맞춰 탄력적으로 쓴다.”

온다는 1년에 200권 정도를 읽을 정도로 초인적인 독서가로 알려져있다. 번역자들은 온다의 문체가 멋부리지 않고 편안하다고 평한다. 그렇다면 온다는 방대한 독서량을 자연스러운 문체로 술술 풀어내는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소위 제도권 문학 수업을 받은 적이 없어 엄격한 글쓰기에 대한 자의식 없는 접근이 장점인 듯했다. 명랑하고 선량한 이웃 아줌마 같은 인상의 온다는 주량이 상당한 듯 생맥주 서너 잔을 거뜬히 비웠다.

신준봉 기자 ,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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