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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만 만나면 작아지는 전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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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황새’(황선홍 부산 감독)가 ‘강희대제’(최강희 전북 감독)의 천적이다. 올 시즌 잘나가는 전북도 부산만 만나면 ‘고양이 앞에 쥐’ 신세다.

부산은 17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전북과의 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정규리그 무패행진(6승2무) 중이던 선두 전북에 일격을 가한 부산이다. 부산은 5일 컵대회에서도 전북을 4-2로 꺾으면서 시즌 첫 패배를 안겼다. 올 시즌 전북이 기록한 2패(정규리그+컵대회)는 모두 부산에 당했다.

부산이 전북을 잡은 원동력은 ‘황선홍표’ 스트라이커 조련이다. 그는 한국 스트라이커의 계보를 잇는 스타답게 공격수를 키우는 데 남다른 안목이 있다.

지난해 대전에서 주목받지 못한 정성훈(30)을 부산으로 데려와 대표팀 주전 스트라이커로 키운 것이 대표적 예다. 가능성을 엿본 황 감독은 정성훈에게 꾸준한 출전 기회를 주며 자신감을 키워줬다. 또 슈팅 타이밍, 수비수의 눈을 피해 문전으로 돌아 들어가는 요령 등을 ‘일대일 맞춤 학습’으로 지도했다. 정성훈은 황 감독의 애정 속에 ‘킬러’ 본능을 키웠고, 지난 시즌 8골·4도움으로 팀 공격의 선봉장이 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황 감독은 ‘정성훈 2탄’을 준비했다. 울산에서 영입해 온 양동현(23)이 그 주인공이다. 1m86㎝로 높이가 좋은 양동현은 ‘미완의 대기’였다. 볼 키핑력이나 수비를 자기 쪽으로 끌어놓고 볼을 다루는 기술은 좋지만 날카로움이 떨어졌다. 황 감독의 손길이 닿으면서 양동현은 달라졌다. 문전에서 침착해졌고 슈팅의 매서움이 살아났다. 황 감독은 양동현이 ‘칭찬에 약한 것’을 눈치채고 언론 등을 통해 “양동현의 활약이 너무 좋다”며 기를 살렸다.

지난해 14경기에서 단 한 골도 뽑아내지 못한 양동현은 황 감독의 칭찬에 춤을 췄다. 올 시즌 10경기에서 3골·2도움을 올리며 황 감독의 기대에 보답했다. 양동현은 이날 전북전에서 팀이 1-0의 살얼음 리드를 지키던 후반 8분 골지역 오른쪽에서 반대편 쪽으로 슈팅해 골네트를 흔들며 골 감각을 자랑했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결정적 득점이었다. 패한 전북은 2위 광주와 승점(20점)은 같지만 골득실차(전북 +13, 광주 +9)에서 앞서 선두를 지켰다.

전남은 홈에서 윤석영의 결승골을 앞세워 울산을 1-0으로 눌렀고, 제주는 대전에 1-0으로 승리했다.

순천=김현승 기자, 부산=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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