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대치동 J외고 입시 전문학원. 서른 명 남짓 되는 중학생들이 영어 수업을 듣고 있다. 외국어 고등학교 준비반 학생들이다. 5시30분부터 시작한 수업은 영어 말하기·듣기·쓰기·문법 강의로 이어졌다. 수업 시작한 지 30분이 지났다. 학생들의 자세가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서른 명 중 절반 이상은 상체를 책상 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이고 있었다. 등은 약간 굽은 자세였다. 나머지 학생들은 가끔 턱을 괴거나 오랫동안 머리를 숙인 채 교재를 보고 있었다. 엉덩이와 허리를 의자에 깊숙이 붙이고 90도로 반듯하게 앉아 있는 학생은 5, 6명 정도밖에 안 됐다.
이 학원 영어 강사인 문영식(42)씨는 “피로를 풀어주려고 수업 중에 가끔 허리를 펴고 손을 머리 위로 모아 기지개를 켜게 할 때도 있지만 아이들 자세까지 하나하나 신경 쓸 여력은 없다”며 “그래도 여기는 책상·의자를 어느 정도 아이들 체형에 맞게 갖추고 있어 다른 학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습 여건이 나은 편”이라고 말한다.
중고생 하루 12시간 넘게 책상 앞에 앉아
“허리 아프다”면 부모는 “애들이 무슨 …”
이날 학원 앞에서 만난 신양의 어머니 박성이(45)씨는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어깨·허리·등이 뻐근하고 아프다는 말을 자주 한다”며 “이럴 때는 별일도 아닌데 괜히 짜증스럽고 퉁명스럽게 대꾸하곤 한다”고 했다. 신양은 “학교 수업시간에 허리가 아파 허리를 받치는 쿠션을 사용하는 친구가 주변에 꽤 많다”며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 ‘애들이 벌써 무슨 허리가 다 아프냐’며 어른들이 이해를 잘 못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학교·학원 수업시간 외에 게임과 인터넷을 하느라 컴퓨터를 오랜 시간 사용하는 것도 허리 건강에 나쁜 환경 요인이 된다. 지난 1월 국무총리 직속 청소년위원회가 발표한 ‘청소년 유해환경 종합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13~18세)들의 하루 컴퓨터 사용 시간은 평균 3시간 정도였다. 하루 6시간 이상 이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청소년이 자주 가는 PC방 의자와 컴퓨터 책상은 대부분 20대 이상 성인을 기준으로 마련돼 있다. 청소년들이 오랜 시간 앉으면 몸에 무리가 따른다. 컴퓨터 모니터 쪽으로 상체를 바짝 붙이는 자세로 장시간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허리에 큰 부담을 주는 자세다.
하루 컴퓨터 사용 3시간 … 41%가 “허리 통증”
글=고성표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사진 모델 서울 성일초등학교 6학년 이연규(13)양과 조다윗(13)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