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나쁜 은행'…배드뱅크 사칭하며 접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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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신용불량자 A씨는 최근 '신용회복 방법을 상담해 주겠다'는 배드뱅크 명의의 e-메일을 받고 사이트에서 요구하는 개인정보를 모두 입력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e-메일 발신자가 배드뱅크를 사칭한 불법 대부업체였던 것.

A씨는 "배드뱅크와 별다를 것 없는 조건으로 신용이 회복되도록 해주겠다"는 이 업체의 유혹을 뿌리쳤지만 한번 입력한 휴대전화 번호 때문에 며칠간 비슷한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배드뱅크인 한마음금융을 사칭하는 불법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9일 한마음금융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제목이나 내용에 '배드뱅크'를 명시한 스팸메일을 무차별적으로 뿌리고 있다.

메일에 연결된 관련 사이트를 클릭하면 각각 신용회복위원회와 한마음금융에서 제공하는 개인신용회복 프로그램과 배드뱅크 채무재조정을 곧바로 신청할 수 있는 것처럼 꾸며져 있지만 모두 고율의 금리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불법 사채업자들이다.

이들은 또 '신불자 신용회복 상담'이나 '배드뱅크 신청 안내'라는 제목의 전단을 지하철역 등에서 돌리거나 서울시내 외곽에 플래카드를 내걸어 신불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배드뱅크와 이름.주소가 비슷한 인터넷 사이트도 신불자들을 혼란시키고 있다. 예컨대 배드뱅크 공식 사이트(www.badbank.or.kr)와 비슷한 www.badbank.co.kr는 신용회복 관련 자원봉사 단체인 한국금융문제협의회의 홈페이지다. 일부 포털의 검색창에서 '한마음금융'을 치면 이름이 같은 저축은행의 사이트가 안내되고 있다.

한마음금융 관계자는 "배드뱅크 공식 사이트나 콜센터를 통해야만 채무재조정을 신청할 수 있으므로 불법 대부업체에 속지 말 것"을 당부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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