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감기 본인부담금, 대학병원이 의원의 8배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14호 15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헬스 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의료기관 이용률은 회원국 중에서도 상위 그룹에 속한다. 의료 서비스를 비교적 쉽게 이용하고 있는 편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환자 입장에서는 입원하거나 큰 수술을 받아야 할 때 진료비 부담은 여전히 작지 않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애초부터 보험료를 적게 내는 대신 혜택도 적게 만들어진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원하거나 수술을 받아야 할 때 의료기관을 고르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진료비다.

내게 맞는 병원은 어디⑫ 진료비 비교해보고 싶다면

진료비는 크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본인 부담금+건강보험공단 부담금)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전액 본인 부담)로 이뤄진다. 환자가 체감하는 진료비, 즉 직접 병원에 내는 돈은 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 중 본인 부담금과 비급여 진료비를 합한 금액이다. 반면 건강보험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일반적으로 통계를 내고 발표할 때의 진료비는 비급여 부분을 제외한 진료비, 즉 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만을 말한다.

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에 대한 기본 정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www.hira.or.kr)에서 구할 수 있다. 홈페이지의 ‘국민서비스’로 들어가 ‘수술·질병별 진료비’를 클릭하면 주요 암, 주요 수술, 주요 질병에 대한 진료비 정보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흔한 위암·유방암 등 총 11개 암 질환, 충수돌기절제술(맹장수술)·편도적출술 등 총 9개 수술, 폐렴과 담석증 등 총 8개 질환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 따라서 특정 병원을 고집할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염두에 둔 의료기관들의 진료비를 비교해 보고 결정하는 것도 소비자로서 현명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는 기본적으로 의료기관의 종류에 따라 같은 질환이라도 적지 않은 차이가 난다. 의원과 병원, 종합병원, 종합전문병원(대학병원)에 따라 다른 것이다. 규모가 큰 병원일수록 보다 전문적인 진료를 한다는 전제하에 각종 처치나 검사 단가(가산율), 환자의 본인 부담금 비율 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간호 인력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에 따라 간호관리료에도 차이가 있다. 감기와 같은 가벼운 질환 때문에 병원에 가려 할 때는 동네 의원을 찾는 것이 효율적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반적인 감기(급성 상기도염)를 예로 들어 보자. 2008년 심평원에 청구된 자료를 토대로 살펴보면 의원급은 하루 병원에 갈 때 약제비를 제외한 평균 진료비가 1만1199원(본인 부담금 2936원)이었다. 그런데 일반 병원은 평균 진료비가 1만4071원(4864원), 종합병원은 2만695원(9043원), 대학병원은 3만6187원(2만3395원)이다.

입원했을 때의 진료비는 외래에 다닐 때와 조금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 일반 병원급에서도 충분히 수술할 수 있는 가벼운 단순 맹장염의 평균 진료비는 병원이 104만3000원(본인 부담금 21만5000원)이다. 그런데 종합병원의 평균 진료비는 129만4000원(28만1000원), 대학병원은 152만8000원(34만8000원)으로 늘어난다. 선택 진료비, 상급 병실 이용료 등 비급여 의료비 서비스를 받으면 진료비는 더욱 올라간다.

같은 질환에 대해 같은 규모의 의료기관 사이에서도 진료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위암 수술을 보면 서울 지역 대학병원 사이에서도 진료비 차이가 난다. 위암 환자가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에 입원하는 일수는 평균 14.8일, 진료비는 평균 495만4000원이다. 그런데 평균 입원일수에 가장 가까운 고려대 구로병원(14.8일)의 평균 진료비는 508만1000원,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14.6일)은 533만6000원, 서울대병원(14.7일)은 483만6000원이다. 20만~50만원의 차이가 난다. 이는 의료기관마다 적용하는 표준 치료 방식이 조금씩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을 진단하는 데 적용하는 검사의 종류, 사용하는 치료 재료 혹은 약재의 종류 등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얘기다.

진료를 받은 다음에도 본인이 부담한 진료비가 적정하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심평원 홈페이지의 ‘진료비 확인요청’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고객센터(1644-2000)를 이용하면 된다. 해당 진료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의료행위를 했는지, 치료 재료를 적정하게 사용했는지 등을 확인해 준다.

아쉽게도 의료기관별로 비급여 진료비가 얼마인지에 대한 정보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 1월 개정된 의료법에 따라 내년 2월부터 각 의료기관은 병원 내에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진료비를 고지해야 한다. 개정법이 적용되면 현재 비급여인 각종 미용·성형시술이나 치과 시술 등에 대한 진료비 비교 사이트가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비급여 항목의 진료비 비교가 가능해지면 의료 소비자에게는 매우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