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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민유태 직무정지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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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검 중수부에 소환된 민유태 전주지검장이 15일 저녁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대검 중수부에 소환된 민유태 전주지검장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인연은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 지검장은 1990년 부산동부지청에서 근무할 때 박 전 회장의 히로뽕 투약사건을 수사했었다. 이후 박 전 회장의 사업이 커지면서 두 사람은 친분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민 지검장은 박 전 회장, 민주당 서갑원 의원 등과 함께 골프 라운딩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민 지검장은 2008년 6월 베트남에서 박 전 회장 측으로부터 1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피내사자 신분’이 됐다.

특히 민 지검장은 이번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과 사법시험(24회) 동기다. 두 사람은 지난해 각각 마약조직범죄부장과 기획조정부장으로 대검에서 함께 근무했다.

◆직무 관련성 집중 조사=검찰은 민 지검장과 대검의 모 과장을 상대로 박 전 회장을 만난 경위, 돈을 건네받은 과정 등을 조사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에서 “돈 준 것은 사실이지만 특별히 대가를 바란 것은 아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민 지검장 등이 돈을 받은 행위가 검사의 직무와 관련된 것인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민 지검장은 “돈 받은 적이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모 과장은 "태광비나 김 모 전무를 통해 봉투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5000달러가 들어 있기에 민 지검장에게 다음 날 돌려줬다”고 진술했다. 두 사람이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은 사실이 입증되면 뇌물 혐의로 사법처리될 수 있다. 하지만 민 지검장과 박 전 회장이 20년 가까이 친분을 유지한 만큼 돈 거래가 있었더라도 대가성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무부는 수사와 별도로 민 지검장 등에 직무집행정지 등의 조치를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02년 수사기밀 누설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김대웅 전 광주고검장이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받았던 것과 비슷한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직무정지는 법무부 장관이 해당 검사의 직무수행이 곤란하다고 판단할 경우 검사직은 유지하면서 담당 직무를 못 하게 하는 조치다.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법무부의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형평성 논란 고려한 검찰=대검 중수부는 검찰 내부에 대한 수사를 늦췄다가 자칫 형평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민 지검장 등에 대한 조사를 서둘렀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민 지검장 등 두 명 이외에 지방검찰청 소속 검사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홍 기획관은 또 다른 검찰 간부가 수사 대상인지에 대해 “기다려 보라”고 말했다.

김승현·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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