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환율-고금리 우선 해결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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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취임함에 따라 구성되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은 정책운영조직이 이전과 크게 바뀜에 따라 종합조정기능의 확보가 현안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는 재정경제원장관을 겸한 경제부총리와 청와대경제수석이라는 투톱시스템을 기본축으로 해 경제정책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같은 조정기능을 맡을 부처나 장관이 없고 재정경제원도 기획예산위원회.예산청.금융감독위원회.재경부로 나뉘고 청와대 내에서도 정책수석실과 경제수석실간의 업무중복 소지가 있어 조정곤란의 사태가 우려된다.

신정부 초기의 개혁과제 수행과 국난이라고까지 불리는 외환 및 금융위기의 돌파를 위해서는 구심점이 없지 않나 하는 걱정이 든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오는 것이 미국식의 국가경제위원회 (NEC) 를 통한 종합조정기능의 도입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NEC나 대통령경제자문회의 (CEA) 로 기능을 보완할 수도 있겠지만 그에 앞서 정부의 기능과 역할 정립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시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도와주느냐 하는 차원에서 서비스하는 정부상의 구현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분산형 제도의 장점을 살리면서 구심점 부재라는 단점을 줄이려면 대통령의 조정역할이 늘어나는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권한이 있는 곳에 책임을' 이라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현재의 고환율 - 고금리 - 고물가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경제정책의 우선과제가 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 이같은 악순환의 구조적 난제가 해결된 것처럼 잘못 이해하고 기업에 대한 공격이 문제해결의 첩경인 것 같은 풍조가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금융시장의 구조조정과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구조의 재정립이다.

즉 차입경영이 불리해지고 수익성을 무시하는 경영에 벌이 가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만약 금융시장의 비효율성은 그대로 놔두고 기업개혁분야에서 단기간에 가시적 결과를 원하다간 부작용만 더 커질 수도 있다.

기업개혁은 서둘지 말되 끝까지 지속적으로 시장원칙에 맞는 방안을 택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훨씬 효율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부실종금사에 대한 추가폐쇄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축소된 것도 외국인의 눈에는 우리가 금융개혁을 아직도 심각하게 보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일이다.

당장은 충격이 크지만 부실금융사와 기업을 온존시키면 나중에 치러야 할 비용이 더 크다는 점을 생각해 어려운 단안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 과제는 현재의 외환 및 금융위기의 돌파구를 외자유입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새 정부는 총력을 기울여 그같은 환경이 조성되도록 인수.합병, 신축적 노동시장의 발전 및 인프라 확충을 해나가면서 그것의 불가피성과 논리적 타당성을 국내외에 적극 알려야 한다.

언뜻 보기에는 외국인 투자 유입으로 외국기업이 우리 기업을 다 지배할 것처럼 보이지만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크다.

막대한 외채를 갚아 나가려면 상당기간 각종 자원을 내수부문에서 수출부문으로 이전해야 하는 데 새 정부는 이 과정에서 생기는 비용을 줄이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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