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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실적 변화 없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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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 실적 변화 등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환율이 매출과 수익성에 주는 영향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생산성 향상 등에 더 힘쓰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관계자는 요즘 환율 대책 마련에 부산하다. 이 업체는 원화가치가 10원 변동할 때마다 연매출 기준으로 2000억원(현대차 1200억원, 기아차 800억원)가량 영향을 받는다. 원화가치가 오르면 미국 시장 등 주력 시장에서 일본산과 가격 격차가 줄어들어 경쟁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동안 국내 자동차업계는 엔화 강세로 일본 자동차업체가 경쟁력을 잃은 덕에 미국시장에서 실적 호조를 보였다. 자동차업계는 최근 원화가치가 높아지면서 이런 실적 호조가 꺾일까 우려하고 있다.

이같이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환율·유가·금리 문제 중 환율이 가장 큰 ‘발등의 불’이다.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세계 경기 침체 속에서도 원화가치 하락으로 수출 경쟁력을 확보했었다. 국내 업체의 제품이 일본 등 경쟁국 제품보다 더 싸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원화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환율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됐다.

일본·중국 관광객의 급증으로 ‘환율 특수’를 누리던 유통업체도 관광객이 줄어 조마조마하다.

신세계백화점은 올 초만 해도 원화가치가 낮아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지만 최근엔 이들이 급감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외국인 구매비중은 1월 6.9%에서 2월엔 9.7%로 최고조에 이르렀으나 3월 7.1%, 4월 5.1%, 5월(14일 현재) 4.9%로 급락하는 추세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일본 골든위크(5월 1~5일) 특수 등으로 5월의 외국인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환율 등의 여파로 예상보다 줄었다”며 “요즘 외국인 관광객 수가 2월 대비 30~4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원화가치가 올라가면 이익이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SK에너지의 경우 매출의 60%를 수출에서 올리고 있어 수입업체라기보다는 수출업체에 가깝다. 특히 정유업계는 수출 물량이 많고 대부분 외상거래를 하기 때문에 계약시점과 돈을 받는 시점 사이에서 원화가치의 변화로 환차손이나 환차익이 생긴다. 정유업체는 1분기에 원화가치가 떨어지면서 SK에너지가 2470억원, GS칼텍스는 178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하지만 최근 원화가치 상승으로 실적 악화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가 예상되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승녕·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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