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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독살설은 사료 잘못 읽은 탓”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올 2월 공개돼 화제를 모았던 정조(재위 1776~1800)의 ‘비밀 어찰’ 297통 전체가 영인·번역돼 출간된다. 성균관대 출판부는 ‘정조 어찰첩’ 양장본(상·하, 25만원)과 보급판(3만원)을 18일 펴낸다. 어찰첩 공개를 주도한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책 출간에 앞서 ‘역사비평’ 여름호에 편지 발굴의 배경과 의의를 설명했다.

1796년부터 1800년까지 4년에 걸쳐 정조가 정적이었던 노론 벽파 수장 심환지(1730~1802)에게 보낸 이 편지 꾸러미가 왜 20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세간에 알려졌는지 궁금증이 많다.

안 교수 등이 어찰첩을 처음 접한 것은 2007년 봄. 성남시 분당에 거주하는 개인 소장가 집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이 소장자는 어찰첩을 30여 년 전에 구입했다고 한다. 당시 심환지 후손이 집안 사정으로 이 어찰첩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논문에서 안대회 교수는 ‘정조 독살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못박았다. ‘독살설’을 제기하는 일부 학자 견해는 사료를 잘못 읽은 탓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정조가 사망하기 전에 반포한 ‘오회연교(五晦筵敎)’의 진의를 왜곡한 결과라는 것. 안 교수는 “일부 주장과 달리 정조의 ‘오회연교’는 심환지 등 노론 벽파를 타도하고 남인 시파를 등용하려는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며 “‘오회연교’ 내용 자체와 그 뒤 사료만 살펴봐도 이 때 정조가 마음 속으로 반대한 세력은 남인 시파였다”고 설명했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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