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교장·교사 퇴출 시스템 만들어야 학교 바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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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미국의 공교육 살리기 정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향후 5년간 성적이 부진한 학교 5000곳을 폐쇄하고, 교장·교사들을 해고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부시 정부 때부터 뉴욕·워싱턴DC·시카고 등에서 소규모로 시행된 성적 부진 학교 퇴출이 미국 전체 학교의 5%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로 비약한 것이다.

무능한 학교·교장·교사를 상대로 퇴출의 칼을 빼든 오바마 대통령의 교육개혁이 우리에게 강 건너 불구경일 수만은 없다. 교육 경쟁력 확보 없이 국가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건 미국과 한국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처럼 부진한 학교는 문을 닫는 게 현실성 있는 대안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부적격 교장·교사는 걸러내야 교육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교장·교사 퇴출 시스템 마련은 우리 교육 현실에서도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학교를 바꾸려면 교장부터 올발라야 한다. 학교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선 교장의 학교 경영 의지와 교육에 대한 열정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부산시교육청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교장 평가를 실시해 부적격 교장을 가려낸 것도 그런 취지에서였다. 부산시교육청은 평가 결과 하위 3%에 해당하는 교장들은 앞으로 중임 심사 대상에서 아예 뺄 방침이다. 현재 교장은 4년 임기를 마친 뒤 한 차례 중임하는 게 관행이지만 무능 교장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런 조치를 법제화해 다른 시·도 교육청들도 시행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교사의 질을 담보하는 교원평가제 도입도 더 늦춰선 안 된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교사들이 깨어나려면 평가를 해야 한다”며 내년부터 전면 시행하겠다는 마당인데 국회가 전교조 눈치를 보느라 법 통과를 미루며 발목을 잡아서야 되겠는가. 교원평가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인사와 무관한 반쪽짜리 평가로는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 평가 결과를 인사와 연계하는 법 조항을 마련해 부적격 교사 퇴출이 가능하도록 문을 열어놔야 한다. 미국이 하는 부적격 교장·교사 퇴출을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