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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도 '황태자'에도 "어, 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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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 ‘파리의 연인’에 등장하는 ‘CSV상암’(上)과 ‘황태자의 첫사랑’의 ‘클럽 줄라이’. 드라마 간접광고 논란이 한창이다.

3일 서울 'CGV상암'을 찾은 주부 김미라(41)씨는 극장 간판이 'CSV상암'으로 바뀐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언제 이름이 바뀌었나'하는 김씨의 궁금증은 4일 SBS '파리의 연인'를 보고서야 풀렸다. 태영(김정은)이 양미(조은지)가 근무하는 'CSV상암'을 찾아가 '슈렉2'를 보는 장면이 나왔던 것. 양미는 CGV의 노란 유니폼을 입은 채 슈렉 머리띠까지 하고 등장했다.

방송 중 특정 상품.업체를 드러내는 '간접광고(PPL.Product Placement)'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는 간접광고의 최대 시장이다.

'파리의…'은 기주(박신양)가 사장으로 있는 'GD자동차'의 회사 로고를 협찬사인 GM대우 로고와 똑 닮은 모양으로 만들었다. MBC '황태자의 첫사랑'도 마찬가지. 승현(김남진)이 일하는 휴대전화 업체 이름은 '애니전자'. 협찬사 삼성전자의 '애니콜'이 연상된다.

특히 '황태자의…'의 극중 배경 '클럽 줄라이'는 협찬사 '클럽 메드'와 로고까지 똑같다. '황태자의…'의 홈페이지 등장인물 소개란에는 '클럽 메드의 황태자…'라는 설명도 있어 제작진조차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간접광고는 인터넷과 연계되기도 한다. KBS '애정의 조건'에서 금파(채시라)가 근무하는 피자가게는 '도레미피자'. 인터넷 다시보기에서는 '도미노 피자'광고가 화면 밑에 계속 뜬다.

특정 제품 홍보장면이 어색하게 끼어들기도 한다. MBC '왕꽃선녀님'은 지난달 14일 방영분에서 주행자(김용림)가 장시애(한혜숙)에게 '멸치티백'을 건네주는 장면을 집어넣었다. "국물이 시원해서 좋아""당장 잔치국수 만들어 먹어야지" 등의 대화를 나누는 CF 같은 장면이 40초나 계속됐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또다시 시작된 간접광고"(ID SHFEMAKS) 등의 비난 글이 올라왔다.

협찬사 측도 적극적이다. 클럽 메드는 지난달 말부터 주인공처럼 래프팅.마사지를 즐길 수 있는 '황태자의 첫사랑 패키지'의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보다 상담전화가 두배로 늘었다고 한다.

'파리의…' 제작사 측은 "현재 협찬은 모두 기업 쪽에서 먼저 제의한 것"이라며 "시청률이 40%를 넘자 촬영 중인 지금도 계속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시청자들이 해외 로케 등 화려한 설정을 선호하기 때문에 방송국에서 받는 회당 8000만원 미만의 제작비만으로는 회당 1억원 이상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방송외주제작사 단체인 '독립제작사협회'의 배대식 기획팀장도 "중국이나 미국 등 간접광고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는 자국 기업 제품을 돋보이게 만든 방송물을 전 세계에 수출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간접광고는 우리 기업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에선 "방송사들이 과다한 협찬을 요구한다"는 하소연도 한다. 서울 W호텔 관계자는 "촬영 장소로 쓰겠다며 2억~3억원씩 협찬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실련 김태현 미디어워치팀장은 "드라마 제작비의 상당부분이 스타들의 부풀려진 몸값으로 지출되는 구조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지영.구희령 기자

"상표 살짝 바꿔 방송 안된다" 방송위 간접광고 제재 강화

방송위원회가 심의규정을 손질해 '간접광고'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인다. 오는 9월부터 시행될 새 개정안을 통해서다. 방송위는 그동안 모호하게 정의됐던 규정을 구체화하고 새 조항을 추가했다.

우선 회사나 상품 이름을 조금 바꿔 광고 효과를 주는 행위를 막기 위해 '상품 등과 관련된 명칭이나 상표.로고.슬로건.디자인 등을 일부 변경해 부각시키는 방법으로 광고효과를 줘선 안 된다'고 못박았다. 또 '특정프로그램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필요한 경비.물품.용역.인력.장소 등을 제공하는 협찬주에게 광고효과를 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작.구성해선 안 된다'는 조항 등을 신설했다.

방송위 관계자는 "이런 조항들을 통해 간접광고를 조금 더 규제해 나가겠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제재 조항에 '주의.경고'가 없어지기 때문에 '시청자 사과'같은 법정 제재가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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