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고비 넘기면 '김대중史' 바로 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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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대통령당선자측이 과거정권에서 빚어진 정치적 의혹 사건들을 DJ임기중 짚고 넘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진상규명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는 원칙을 20일 공식 표명했다.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공정한 기관을 통한 재조사” 발언도 나왔다.

이른바 'DJ식 역사바로세우기' 가 진행될 것이란 선언이다.

그러나 박지원 (朴智元) 청와대공보수석내정자는 “지금은 경제 살리기에 전념할 때이고 정치적 안정이 필요한 때” 라고 다소 다른 말을 했다.

당장의 조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일정을 포함, 구체적 논의는 아직 없었다” 며 “취임을 1주일 앞두고 '김대중 납치사건' 의 전모가 언론에 보도된데 곤혹스러운 감이 있다” 는 말도 했다.

같은 날 나온, 같은 세력내 두 대변인의 다른 언급은 보도로 인한 파장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위기 속에서 집권프리미엄이나 즐긴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도 비쳐진다.

그러나 당선자 주변의 분위기와는 또 달리 당 주변의 기류는 아직 거칠다.

전날의 '김대중 납치사건' 관련보도를 기다렸다는듯 20일 한승헌 (韓勝憲) 변호사를 공동위원장으로 한 '김대중 납치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의 모임' 이 구성돼 성명서를 냈다.

한.일 양국 관계기관의 진상규명 협조와 함께 당시 납치사건 및 은폐관련자의 대국민 사죄를 강도 높게 촉구했다.

보도 당일인 19일에는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진상조사위' 가 80년 신군부에 의한 '내란음모사건' 의 재심청구계획을 밝힌 바 있다.

두 굵직한 사건이 하루 이틀 새 동시에 공론화된 것이다.

문제를 제기한 측도 민간이 주체인 '시민의 모임' 과 당 국회의원이 주축인 '조사위' 다.

국민회의 한 간부가 "사건의 대부분이 공소시효가 끝났으므로 재조사는 사정기관이 아닌 국회와 민간단체로 구성되는 특위를 통하는 것이 옳다" 고 말한 것과 무관치않다.

당선자의 의지가 결정적인 게 될 것인 만큼, 과거의혹에 대한 진실규명 강도가 다소 떨어지거나 늦춰질지 모르지만 일정 시일이 지나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선다는 생각만은 분명한 듯하다.

당내 일각에선 납치사건을 터뜨린게 안기부의 개혁을 위한 정지작업일 수도 있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취임후 곧바로 시작할 안기부 개편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작정치 등의 구태를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는 얘기다.

그러나 “金당선자의 명예회복과 진실의 규명” 쪽이 강조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문제는 언제.어떤 강도로 진척시키느냐는 것이다.

경제위기의 고비가 넘어서면 본격화되리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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