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 나선 두장옌시 자본주의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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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 쓰촨(四川)성 두장옌(都江堰)시는 유서 깊은 도시다. 기원전 256년 건설된 수리관개시설인 두장옌과 도교의 명산 칭청산(靑城山)은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도(古都)다.

이 지역은 이런 장점을 활용해 827만 명(2007년)의 국내외 관광객을 불러들일 정도로 관광산업에 상당히 의존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대지진으로 옛 건축물들이 대거 무너지면서 관광산업의 기반도 크게 흔들렸다.

두장옌 시내에 거주하는 42만 명을 비롯해 농촌 지역에 사는 농민들은 당장 살 집이 사라진 게 더 절박한 문제였다. 시 정부뿐 아니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까지 나서 이 도시의 재건에 관심을 쏟을 정도로 두장옌의 건축물 파괴 상황은 심각하고 거주 시설 복구는 절박했다. 이런 난제에 직면해 류쥔린(劉俊林) 두장옌 시 당서기는 “지진으로 무너진 두장옌시의 면모를 이참에 바꿔놓자”고 주창했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은 것은 토지 제도 개혁 실험이었다. 주택 건설 과정에 과감하게 자본주의적 방식을 적극 도입했다.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 도입 이후 농촌과 도시의 토지 제도가 이원화됐다. 도시는 토지 소유권이 국가에 있고 시민들에게 사용권을 인정했다. 농촌은 촌민위원회(전체 농민의 이익대표 조직)가 집단으로 소유하되 농민은 토지를 빌려 농사를 지을 권한만 주어졌다. 지진으로 붕괴된 농촌 주택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토지 제도는 큰 장애물이었다. 농촌 주택의 경우 택지에 담보를 설정할 수 없어 농민의 재산권 행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두장옌시는 농촌 택지에 시범적으로 담보권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농민들은 택지를 담보로 도시의 은행과 자산가로부터 자금을 융자받을 길이 열렸다. 농촌의 택지가 자본화하는 순간이었다.

두장옌시 왕진(王晋) 부시장은 “단순히 도시 인프라 복구 차원을 넘어 낡은 이념과 생각을 바꿔가는 것이 우리에겐 더 본질적인 지진 복구”라고 강조했다.

두장옌=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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