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7곳 '일하는 여성의집' 직업훈련 성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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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서울상계2동에 있는 '서울YWCA 일하는 여성의 집' . 3층에 있는 양재.의류 수선반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20명 가까운 여성들이 모여 교육에 몰두하고 있다.

재봉질에 몰두하거나 재단용 밑그림을 그리는 사람, 선생님의 지시사항을 경청하는 여성 등…. 하나같이 진지한 모습이다.

바로 옆방에는 약 10명의 여성들이 애니메이션 채색 (彩色) 교육을 받고 있다.

서울YWCA가 위탁 운영하는 이곳에는 현재 20여 강좌에 3백여명이 각종 취업 준비교육을 받고 있다.

나순심 (42.하계동) 씨는 "작년말 남편이 사업을 그만둬 의류수선 가게를 내려고 이곳에서 교육받고 있다" 고 설명했다.

고1.고3생인 두 딸을 두고 있는 나씨는 "집안일 하면서 오전9시30분부터 3시간동안 교육을 받느라 힘들지만 비용이 사설학원의 절반 수준인데다 강사진도 충실해 큰 도움이 된다" 고 말했다.

여성들의 취업열기가 뜨겁다.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로 남편 수입이 줄거나 아예 실직하는 사태가 이어지자 한푼이라도 벌기 위해 본격적으로 직업 전선에 뛰어들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런 여성들을 위해 노동부가 93년부터 운영해온 '일하는 여성의 집' 에 최근 주부들이 몰리고 있다.

YWCA.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에 위탁해 실시중인 이 직업훈련 프로그램은 현재 서울 세군데를 비롯, 전국 17곳에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직업훈련을 받은 사람은 약 2만5천명. 이중 절반 가량이 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추산된다.

각 지역 '일하는 여성의 집' 에서는 컴퓨터.미용.봉제.조리사 등 여성에 적합한 직종 위주로 6개월 이하의 단기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세무사무원.판매사.컴퓨터제도.정보검색사 등 전문직종 강좌도 늘어나는 추세다.

2~5일간 초단기 교육을 받은 후 바로 취업할 수 있는 파출부.산모간병인 과정 등도 있다.

'서울YWCA 일하는 여성의 집' 박대복간사는 "노동부가 비용 일부를 지원하기 때문에 교육비 부담이 적다" 면서 "최근에는 취업이 확실히 보장되는 애니메이션 강좌와 바로 가게를 열 수 있는 양재.의류수선 강좌에 대한 인기가 높다" 고 말했다. 한편 노동부는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올해 서울동작.은평.마포구 등 세곳을 비롯, 경기도성남시.충북음성군.경북칠곡군.경남울산시.제주도제주시 등 8군데에 이런 곳을 추가 설립, 총 1만3천명에게 직업훈련을 제공할 계획이다.

노동부 박승희 (朴昇熙) 부녀소년지원과장은 "앞으로는 전문직 및 제조업종에 취업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확충하고, 취업알선 기능도 강화해 나갈 방침" 이라고 밝혔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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